"원전·석탄세 올리되 국민부담 유류세 내리자"

by최훈길 기자
2018.06.25 05:00:02

[인터뷰]②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미세먼지·환경·안전 고려해야
원전·석탄 발전용 세율부터 올려야
경부하 요금 올리고 피크 요금 낮춰야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공기관인 전력거래소는 ‘게임의 룰’을 관장하는 축구의 심판과 같은 곳이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소비자까지 도달하는 전 과정(발전·송변전·배전)에서 전력 거래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없도록 24시간 실시간으로 전력 공급과 수요를 점검하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이렇기 때문에 전력거래소는 정치인보다는 ‘꼼꼼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전문가가 그 수장으로 적임자다. 8대 이사장으로 지난 2월 취임한 조영탁 이사장은 꼼꼼한 에너지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사다. 그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권에 관계없이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로드맵을 만드는데 참여해 왔다. 이데일리는 지난 22일 조 이사장을 만나 ‘에너지의 미래’를 인터뷰 했다.

조 이사장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전환 △환경을 우선시하는 전력거래(환경급전) △친환경 에너지 조세 정책 △전기요금 개편에 ‘소신 발언’을 했다. 특히 그는 ‘원전·석탄세율을 올리고 국민 부담인 휘발유 등 수송용 세제를 인하하자는 소신이 여전한지’ 묻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이런 원칙이 더 중요해졌다”고 답했다. △전력 예비율이 10%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갈 것으로 본다. 발전설비 여유가 있고 수요자원 거래제도를 통해 수요를 낮출 수 있다. 내달 초 올 여름철 전력수급 관련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다.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이 안 생기도록 예측을 정확하게 하면 된다. 첫째, 비싼 신재생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둘째, 신재생 중개시장이 활성화되도록 도매거래 시장을 바꿔야 한다. 셋째, 신재생의 전력수급을 관리·예측하는 통합 관제가 필요하다. △지난해 계산해 보니 2030년에는 그리드 패러디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나라는 해외보다 전기요금이 낮아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충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첫째 방안은 급전순위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운영규칙에 ‘경제급전’이 규정돼 있다. 이는 경제성을 고려해 연료비가 가장 싼 발전원부터 전력거래를 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 결과 값싼 원전부터 석탄화력, 가스 순으로 가동된다. 이를 개편하려면 석탄화력의 미세먼지 유발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석탄과 가스 순서를 바꾸는 방법이 있다. 둘째로는 석탄화력의 발전량을 제한하는 방법이 있다. 셋째 방안으로 에너지 세제를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제 사견이다. 사견을 전제로 그동안 강조해왔던 3가지 원칙은 △에너지정책과 세제 정책 간의 통합 접근 △전력·비전력 간 상대가격 개선을 위한 발전용 연료과세 필요, 즉 원전 과세 및 석탄 세율 인상 △단기적인 부담을 완충하기 위한 세수 중립안 추진, 즉 원전·석탄 과세 완충을 위한 수송용이나 가스 세제 인하다. 미세먼지, 환경, 안전 등 외부비용을 고려해 에너지 세제를 바로 잡는 게 바람직하다. 원전에는 가스와 달리 국세(개별소비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민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

△수송용보다는 발전용 세제를 올려야 한다. 세수 중립으로 원전·석탄 등 발전용을 올리되 휘발유·경유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경유세 관련한 논의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게 있다. 첫째,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둘째, 노후 경유차 교체 및 저감장치 설치가 필요하다. △전기요금은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연료비, 세제 정책, 신재생 단가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은 하락 요인보다는 상승 요인이 있지만 장담할 순 없다. 다만 당분간 발전소가 계속 지어지기 때문에 2022년까지는 전기요금 인상 부담이 적은 건 사실이다.

△산업용 요금 개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피크(전력수요가 가장 많을 때) 요금과 경부하(오후 11시∼오전 9시) 요금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는 밤 시간대 공장을 돌리면 전기요금 혜택을 많이 본다. 이로 인한 한전(015760)의 손해는 낮시간대 산업용 전기를 쓰는 업체, 소비자한테 전가된다. 따라서 경부하 요금을 올리지만 피크 요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요금 정상화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전체 산업용 요금은 인상되지 않고 개편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부분은 도매시장, 전력시장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다. 신재생이 시장에서 안착하려면 인센티브 성격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신재생 발전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불안정 요인에 대한 여러 대비책이 필요하다. 셋째, 전력거래소의 전문성과 역량이 제고돼야 한다. 전력거래소의 위상이 이전보다 높아질 필요가 있다.

△1959년 대구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박사 △한밭대 경상대학 경제학과 교수 △메릴랜드대 생태경제연구소 교환교수 △한국생태경제연구회 회장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분과 위원장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설비분과장 △전력거래소 8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