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전 중기청장 "근로시간 단축, 탄력근무제 확대해야"

by박경훈 기자
2018.05.03 01:00:00

근로시간 단축,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
근로시간 단축 통해 오히려 일자리만 줄어들 수도
"탄력근무, 전체 근로시간은 같아" 사업주·노동자 모두 이득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근로시간 단축은 명분에 집착해 밀어붙였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습니다. 지금이라도 ‘집중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은 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올 7월 300인 이상 인력을 운영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을 우려하며 ‘탄력근무제’ 확대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전 청장은 “현 상황에서 인력 비중이 높은 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애초 목표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지역별·산업별 특수성을 반영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이 집중될 때는 많이 하고, 없을 땐 줄이는 탄력근무제를 ‘운영의 묘’로 주목했다.

한 전 청장은 “여력이 되는 대기업이야 어떤 식으로든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중소·중견 제조기업, 특히 소위 뿌리업종인 단조·주조·열처리 등에는 적용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현황을 짚었다. 그는 “실제 나름 근무 여건이 좋다는 비수도권 반도체 장비기업만 해도 사람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육체 노동이 강한 3D(힘들고·더럽고·위험한) 업종은 정부 쿼터 제한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마저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한 전 청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여력이 있는 업체들은 자금을 투입해 자동화설비 등을 도입, 스마트공장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설비가 대신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저 할 수 없는 뿌리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동남아 등 해외로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전 청장은 뿌리기업이 흔들리면 제조업 기반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작용을 최소화를 위해 지역별·산업별 특수성 반영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일이 몰리는 시기, 그렇지 않은 때를 나눠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한국의 현행 탄력근무제는 ‘2주 또는 3개월 단위’ 기준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국회는 개정안 부칙 2조에 “2022년 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한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한 전 청장은 “지역에 따라 대도시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사람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탄력근무제가 확대된다고 실근로시간이 늘어날 소지도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와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