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주체 국민→사람으로…동일노동 동일임금 '공감대'

by하지나 기자
2017.11.20 05:00:00

개헌 논의 어디까지 왔나
노인·아이·청소년 기본권 강화
사법부 독립성·중립성에 방점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지난 1월 출범한 헌법개정 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가 이제 중반부를 넘어섰지만 정치권의 제각각 다른 셈범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

개헌특위는 국민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 8월말부터 9월까지 총 11차례 시행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달부터 진행되는 ‘찾아가는 자유발언대’와 내년 1월 예정된 국민여론조사를 거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개헌특위는 특히 헌법개정안 초안 작성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22일부터 3주간 매주 2회에 걸쳐 핵심의제별 집중토론을 통한 구체적인 합의점 모색에 돌입한다. 현재까지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등 민감한 이슈를 제외하면 상당한 공감대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우선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수준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적과 무관하게 인간으로서 누려야하는 것이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대토론회에서는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외국인에 대해서 기본권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지적도 제기됐다. 이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또한 대체로 공감했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이밖에도 안전권, 정보기본권, 어린이·청소년·노인·장애인의 권리, 보건권, 소비자 권리 신설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제·재정과 관련해선 △예산법률주의 △재정준칙 도입 △감사원의 소속 변경 등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예산의 목적, 내용, 제약 등의 내용이 규정되면 예산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재정준칙 도입 또한 재정건전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예산과 재정운용에 대한 지나친 경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 현행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돼 있는 감사원 또한 그 역할과 기능이 제약되어 있다는 데에 공통된 견해를 나타내면서,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감사원의 소속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사법부의 경우 대체로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법관·헌법재판관 인사추천위원회 도입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정권 폐지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의원 지명권 폐지 △검찰총장 인사추천위원회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장·헌재소장 또한 호선제 또는 인사추천위원회를 두고 의견이 엇갈릴 뿐, 대통령이 지명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 중 3명은 대통령, 3명은 국회,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이는 삼권분립에 위배되며, 대법원장의 과도한 임명 권한으로 법원의 관료화에 대한 우려가 지적돼 왔다.

개헌특위는 내년 1월 중 기초소위를 구성해 헌법개정안 작성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 3월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을 발의, 5월 중 국회 의결을 거친 뒤 6월 13일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개헌특위 관계자는 “논의는 대략적으로 마무리됐다. 헌법개정안 조문 구성을 위한 선택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면서 “관건은 정부형태와 선거법 개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