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화면세점 매물로 나온다…시장 구조조정 신호탄
by김진우 기자
2017.01.31 05:00:00
호텔신라 보유지분(19.9%) 포함 경영권 매각 검토
경영상 어려움으로 면세사업 접는 방안 고려중
현대百, 인수 대상자 거론되지만 계획 없다는 입장
데드라인 7월 23일로 잡고 지분 매각 등 추진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호텔신라(008770)가 보유 중인 지분(19.9%)을 포함해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동화면세점은 최근 루이비통·구찌·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철수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데 이어 매각을 추진하면서 면세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역의 시내면세점이 최근 2년간 두 배가량 늘어나면서 과열경쟁에서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의 사업철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30일 면세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은 호텔신라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주식 35만 8200주(19.9%)에 대한 처분금액 715억원(원금 600억원+이자 115억원)을 만기일인 지난해 12월 19일까지 되돌려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10% 가산율이 적용돼 동화면세점은 총 788억원의 처분금액을 1차 연장일인 2월 23일까지 호텔신라에 갚기로 했다. 양사가 데드라인으로 잡은 날짜는 7월 23일이다.
앞서 호텔신라는 2013년 5월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취득했다. 동화면세점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032350)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다.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외적으로 밝힌 것은 ‘전략적 제휴’를 위해서였다. 상품을 직매입해 재고를 관리하는 면세사업 특성상 매입 비용을 절감하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단 양사는 계약서 상에 지분 투자를 포함해 향후 상황에 따라 경영권까지 호텔신라가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화면세점은 호텔신라가 보유한 지분을 포함해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41.66%) 등을 경영권과 함께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양사의 사정을 잘 아는 면세업계 고위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이 경영상 너무 힘이 드니까 호텔신라에 매각을 포함해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호텔신라가 상황이 안 좋다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그렇다면 대여한 자금은 되돌려줘야 하니까 동화면세점이 현대백화점(069960)이나 다른 쪽과 파트너로 같이 가는 게 괜찮지 않으냐고 했다. 그 과정에서 현대백화점 매각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직 두 기업이 접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고위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으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이 들어온 게 전혀 없다. 제안이 들어오지 않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며 “만약 제안이 들어와도 별로 메리트가 없을 것 같다. 지금으로선 코엑스에 들어서는 신규 시내면세점을 안착하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화면세점 지하 1층 구찌 매장이 철수하고 그 자리에 시계브랜드 ‘롤렉스’가 들어서기 위해 매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구찌 옆자리의 루이비통은 고객 휴식을 위한 라운지로 운영되고 있다.(사진=김진우 기자) |
|
동화면세점은 최근 루이비통, 구찌, 몽블랑, 루이까또즈, 마이클코어스 등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철수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7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하고 매장의 브랜드 인력 20%를 감축했다.
2015년 6곳이던 서울지역의 시내면세점이 2016년 9곳으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4곳이 더 늘어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는 업체들의 출혈경쟁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더해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말 촛불집회로 인해 토요일에는 오후 3시까지만 단축영업을 하는 등 실적에 타격을 입고 있다.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 817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3분기(869억원)보다 매출이 50억원 이상 줄었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촛불집회 영향으로 토요일 영업이 어려워져 매출이 10%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