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익위 과욕으로 김영란법 좌초할라

by논설 위원
2016.10.14 06:00:00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둘러싼 혼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시행에 들어간 이후 계속 쏟아지는 문의로 진땀 빼는 국민권익위원회나 법 저촉 여부를 몰라 쩔쩔매는 국민이나 우왕좌왕하긴 매한가지다. 심지어 집권당 대표가 한 간담회에서 받은 초콜릿 기념품을 퀵서비스로 부랴부랴 반송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런 혼란은 권익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캔커피나 카네이션을 주거나 직장 상사에게 조의금을 보내는 등의 극히 일상적인 사안을 놓고도 해석이 오락가락하니 국민이 어찌 헷갈리지 않겠는가. 권익위는 직종별 매뉴얼과 사례집을 배포하고 강연회와 설명회를 여는 등 나름대로 준비한다고는 했으나 실제 상황 대처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 와중에 권익위는 이른바 ‘쪽지 예산’과 ‘낙하산 인사’도 법 적용 대상이라고 밝혀 혼란을 더 키웠다. 쪽지 예산이나 낙하산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고 김영란법 하나로 세상의 모든 비리와 불법을 바로잡으려는 과욕은 금물이다. 어디까지 ‘제3자 고충 해소를 위한 공익적 민원’이고, 어디까지 낙하산 인사인지를 콕 집어내기가 매우 어려운데도 권익위가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간 법의 안정성만 해칠 뿐이다. 김영란법이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캔커피법’, ‘카네이션법’으로 희화화된 것도 따지고 보면 권익위의 의욕 과잉 탓이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정당한 사회 상규나 통념까지 얽어매려 해선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과잉 반응으로 법의 취지가 퇴색되고 부작용만 부각돼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고 국회와 대법원이 권익위의 과잉 유권해석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자는 국민적 여망 속에 어렵사리 탄생한 김영란법 덕분에 요즈음 관가 주변에서 공짜 점심과 악성 민원이 사라지는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고 한다.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권익위의 무리수 남발로 좌초해선 안 된다. 권익위는 겨우 열명 남짓한 인원으로 ‘혁명적 과업’을 수행하려는 무모함부터 시정하고 대내외 모의실험과 토론회 등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