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물류창고를 LA에서 VR로 본다"

by정병묵 기자
2016.05.19 03:19:11

삼성SDS ''VR 물류관리 솔루션'' 미리 체험해 보니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가상현실(VR) 서비스가 2016년 IT 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VR방’ 도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VR로 즐길 수 있는 게임·콘텐츠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와중, 삼성이 VR을 실제 물류 산업에 적용한 서비스를 개발해 눈길을 끈다. 어쩌면 VR은 게임·콘텐츠 외에 ‘물류’에서 먼저 터질지도 모르겠다. 18일 경기 성남시 구미동 삼성SDS 분당캠퍼스에서 세계 최초의 VR 물류관리 기술을 직접 체험해 봤다.

삼성SDS 관계자가 물류관리 솔루션 ‘첼로’의 가상창고관리시스템(VWS)에 접속해 VR 헤드셋을 통해 상황을 보고 있다. TV 화면이 실제 헤드셋을 통해 보이는 영상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물류창고를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삼성SDS(018260)는 지난달 VR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한 가상창고관리시스템(VWS·Virtual Warehouse System)을 발표했다. 아직 출시 단계는 아니지만 기자의 요청에 분당캠퍼스 내 회의실에 이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해 줘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올해 매출 3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물류 BPO(업무아웃소싱)는 삼성SDS의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지난해 삼성SDS는 자사 물류관리 솔루션 ‘첼로’에 물류공급망관리(SCM) 계획 기능을 강화한 신개념 IT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VR을 추가로 접목한 것이다.

삼성SDS 첼로개발그룹에서 책임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이광훈씨는 “브라질 물류창고를 살펴 보라고 책임급 인력을 파견하면 출장비만 1000만원정도 든다”며 “VR 기술을 통해 비용을 아끼고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이 서비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기어VR’ 헤드셋을 착용하니 실제 창고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눈앞에 생생한 영상이 펼쳐진다. 전후좌우, 상하로 머리를 움직이니 여러 적재물과 천장, 바닥이 실물처럼 들어온다. 시야 정중앙에 잡힌 상자는 마우스의 커서처럼 도드라지게 표시되는데 이 때 어떤 물건이 적재돼 있는지 정보도 뜬다. 창고 내 이동은 실제 도보가 아닌 키보드로 조작하도록 했다.



삼성SDS의 IT 역량과 물류 분야에서 쌓아온 공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서비스가 가능했다. 삼성SDS는 3차원 CAD(Computer Aided Design) 기술을 바탕으로 문자·숫자로 구성된 텍스트 데이터를 VR로 시각화했다. 화주가 빽빽한 글씨로 적혀 있는 물품 정보를 넘겨 주면 자동으로 실제와 같은 VR 공간을 창조해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SDS VWS에 실제 접속한 영상. 시선을 돌릴 때 정 중앙이 마우스 커서처럼 움직이면서 화물에 대한 정보를 자동으로 뛰워 준다.
이 씨는 “화주들은 창고에 자사의 물품이 잘 보관돼 있는지 항상 불안해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창고 관리인들의 입김이 세 물건이 있어야 할 곳에 없고 화주와 상관 없는 물건을 갖다 놓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CCTV 원격 관리도 있지만 물품의 적재, 입출고까지 완벽히 관리할 수는 없다. 텍스트 정보를 VR로 시각화해 빈틈 없이 물품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 VWS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 속 박스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다 보니 검은 실루엣의 한 남자가 나타난다. 원격으로 접속한 또다른 물류관리자다. 복수의 관리자들이 같이 창고를 둘러보면서 인터넷 전화통화를 통해 물품 적재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기능이다. 파리, 뉴욕, 서울 등에 있는 관리자들이 만나 브라질의 창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 창고관리자들이 서류를 ‘가짜’로 작성하면 VR 영상도 가짜가 되는 게 아닐까. 이씨는 “그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창고가 문을 닫는 야간 시간을 이용, 드론 여러대를 띄워 매일매일 현장 상황을 스캔할 것”이라며 “실제 장부상 적재 상황을 드론 영상과 비교하면 현장에서 잘못 관리하는 지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VWS는 상반기 중 삼성전자(005930) 말레이시아 창고에 시범 적용한 후 연내 공식 출시된다. 단계적으로 삼성그룹 사내 물량을 대상으로 특송 사업을 진행한 후 기업고객 및 e커머스 업체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박상준 삼성SDS 그룹장은 “VR의 ‘현장성’이 물류와 가장 잘 맞는다. 어쩌면 콘텐츠보다 물류 쪽에서 VR의 가능성이 먼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류 관리에 고심하는 여러 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SDS 물류관리 솔루션 ‘첼로’의 창고 부감도. 이 영상은 VR헤드셋이 아닌 PC 화면으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