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승민 원내대표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by논설 위원
2015.06.30 03:00:00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홍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어제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유 원내대표의 진퇴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 차이만 드러낸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불거진 마찰이 당내 계파간 세력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집권 여당의 내부 갈등이 행여 국정 수행에 걸림돌이 될까 봐 걱정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는 유 원내대표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다분하다. 직접적으로 문제가 된 국회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과정에서 청와대와 번번이 엇박자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추진해 온 복지 문제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그렇게 벌어졌던 감정의 앙금이 한꺼번에 곪아터진 것뿐이다.
그렇다고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소신과 입장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 나름대로 충분히 가치가 있고, 우리 사회가 수용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무를 이끌어가면서 개인적인 견해를 너무 앞세운 것이 문제였다. 조직에는 조직의 논리가 있는 법인데, 유 원내대표가 그 논리를 넘어서려다가 마찰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안타깝지만 문제 수습을 위해서는 유 원내대표의 용단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배반의 정치’라는 극단적인 용어까지 써가며 거취 표명을 압박하는 여건에서 더 버틴다고 해봐야 역할의 한계가 분명하다. 새누리당이 국정의 공동 책임을 진 입장에서 청와대와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춰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며칠 더 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의 수습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여야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 내부의 심각한 갈등으로 자칫 국정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의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경제가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법안 처리와 추경안 편성 등 긴급한 과제들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