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아닌데" 장애인 콜택시 남용에 서울시 골머리

by채상우 기자
2014.11.19 06:00:00

예산 지원으로 50km 주행시 요금 4400원 불과해
저렴한 장애인 택시 악용에 대기시간 늘어나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거리비례 요금 인상 검토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거동이 불편해 휄체어를 이용하는 2급 장애인 A씨는 얼마 전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서울 동작구 집에서 김포시 대명포구로 나들이를 나갔다. 대명포구에 도착해 30분 정도 장애인 콜택시를 대기시키고 바닷바람을 쐰 후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남짓. A씨는 택시 요금으로 7000원을 냈다.

1급 장애인 B씨는 해외 여행을 나가는 지인에게 인천공항까지 태워다주겠다며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다. 그가 영등포 집에서 지인이 사는 은평구에 들러 인천공항까지 가는 데 지불한 택시 요금은 3200원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도입한 장애인 콜택시가 일부 무분별한 이용자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원거리 나들이 등 장시간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병원 방문 등 긴급히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이 오랜 시간 대기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장애인 콜택시 요금 인상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는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법’에 따라 2003년 장애인들의 병원 및 시설 이동을 돕기 위해 시행됐다. 현재는 서울시에 총 423대의 장애인 콜택시가 운행 중이다.

장애인 콜택시-일반 택시 요금 비교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의 기본요금은 1500원으로 서울시 일반택시 기본요금(3000원)의 절반이다. 거리비례 요금은 5~10㎞까지는 1㎞당 300원, 10㎞부터는 1㎞당 35원에 불과하다. 일반택시는 142m당 100원(1㎞당 704원)이다. 50㎞를 운행할 시 일반택시 요금은 평균 약 3만5700원이지만 장애인 콜택시는 4400원 수준이다. 일반택시가 8.1배 더 비싸다.

저렴한 장애인 콜택시를 여가생활 등 기타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지난해 전체 이용자 중 22.4%나 됐다. 장애인 콜택시 도입 목적인 진료 및 치료 목적 이용자(25.8%)와 맞먹는 수치다.



특히 여가를 즐기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장거리 운행이 잦아 다른 이용자들이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재항 장애인 콜택시 기사는 “경기도 외곽 지역으로 바람을 쐬러 나가는 장거리 손님들 때문에 정작 병원 등에 가는 고객들이 이용을 못하거나 긴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26분이었던 장애인 콜택시 평균 대기시간은 올해 6월 기준 31분으로 늘어났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 공개한 장애인 콜택시 불만사항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93%가 ‘장시간 대기’를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꼽았다.

장애인 단체 등에서는 장애인 콜택시 수를 늘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장애인 콜택시 도입 대수가 늘어나야 할 뿐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을 위한 임차택시와 저상버스 등의 대안 교통수단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예산 부담 탓에 장애인 콜택시 증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장애인 콜택시 운영에 투입한 예산은 327억원. 택시 요금 수입은 18억원에 그쳤다. 전체 예산의 6% 수준이다. 올해는 335억원을 투입했으며 요금 수입은 20억원대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대기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 요금을 올려 장거리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거리 이용으로 인한 이용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기본요금은 그대로 두고, 거리비례 요금만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