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잘나가던 IT회사 CEO, 車업계 문 두드린 이유는

by김형욱 기자
2014.08.05 06:30:00

[인터뷰]백원인 이미지넥스트 대표
"척박한 SW 사업을 ''눈에 보이는 사업''으로.. 자율주행 차의 ''눈'' 될것"
"정부 튜닝산업 활성화 환영.. 영세 사업자에 실질적 혜택 있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가장 자신 있고, 잘하는 분야인 정보기술(IT)을 자동차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기로 했죠.”

자동차의 주차를 돕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 시스템 개발·판매사인 이미지넥스트의 백원인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IT전문가다. 30년 넘게 소프트웨어(SW) 분야 외길을 걸어왔다.

단국대학교 화학공학과 4학년이던 1983년 아남반도체에서 사회경력을 시작한 그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서 국내 최초로 반도체 통합생산관리 시스템(MES)을 개발하며 이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이후 3개의 외국계 회사 한국법인 대표를 거쳐 2001년 솔루션 개발 벤처 회사 미라콤아이앤씨를 세웠다. 2004년에는 벤처회사 대표로서 대기업인 현대그룹의 SI 부문 계열사 현대정보기술을 인수,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그는 돌연 자동차라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눈에 보이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눈에 보이는 사업을 하면 저평가된 IT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기대였다. 이른바 ‘비즈니스 트랜스폼(Business Transform)’이다.

“(알고리즘) SW는 투자비용이 적고 부가가치가 큰 사업이죠. 제가 가장 자신 있기도 하고 실제로 잘하고 있었고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SW에 인식은 너무 저평가돼 있었고 척박하다는 한계도 있었죠.”

그는 생소한 자동차 분야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SW를 융합해 제품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가 뭘까를 고민하다 자동차를 선택하게 됐다”며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SW로 보여주기에 가장적합한 품목이었다”고 회고했다.

자동차는 컴퓨터나 가전, 통신 등 다른 산업에 비해 진화가 더뎌 그만큼 가능성이 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동차라는 판단이 서자 미련없이 잘 운영하던 회사를 매각하고 그 돈으로 새 회사를 차렸다. 곧바로 140여억 원을 들여 AVM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AVM 시스템은 4개의 카메라를 차량 앞뒤 전후로 달고, 모니터로 마치 차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인피니티 등 고급 브랜드를 시작으로 차츰 확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시작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AVM시스템을 바로 개발했지만, 상품화에 애를 먹었다. 개발을 시작한 지 4년 만인 2011년이 돼서야 ‘360도 옴니뷰’가 탄생했다.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백 대표는 “IT 부문에선 전문가였지만 자동차는 미숙해 시행착오를 거쳤죠”라며 웃었다.

이미지넥스트는 올 들어 초고속 성장세다. 이미 지난해 매출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34억 원이던 회사 매출액은 올해 120억 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애프터마켓 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 ‘360도 옴니뷰’ 판매·시공점은 전국에 약 370개다. 곧 400개를 넘어선다. 국내에서 애프터마켓용 AVM을 개발, 판매하는 회사는 이미지넥스트가 유일하다.

완성차 옵션 판매도 늘고 있다. 르노삼성은 주요 차종의 옵션으로 ‘360도 옴니뷰’를 판매하고 있다. 쌍용차도 체어맨H와 체어맨W에 이미지넥스트의 전방 카메라를 적용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시장에 대한 수출도 시작했다. 그 사이 전체 직원도 45명으로 늘었다.

백 대표는 이렇게 되기까지 4명의 영업사원과 함께 현장을 직접 뛰어다녔다. 전국 대리점을 찾아 시공 방법을 설명하고, 설명서를 만들어 배포했다. 해외 완성차 업체와의 프로젝트를 위해 전 세계 애프터마켓 전시회를 누볐다. 백 대표의 항공 마일리지는 300만 마일을 넘었다.

그는 “고급 차의 주차보조 시스템은 최근 거리감 없는 후방카메라 대신 AVM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며 “승용차뿐 아니라 상용차, 군용차, 구급차, 소방차, 농기계, 캠핑카, 어린이용 차 등 사고 위험이 큰 대형차의 장착률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미지넥스트의 융·복합 SW가 자동차의 ‘눈’이 됨으로써 자동차의 자율주행시스템 완성을 돕는 것이다. AVM 시스템을 이용하면 운전자가 차량 360도 주변을 볼 수 있고, 이를 녹화할 수 있다.



백 대표는 “처음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때 자동차 자기운전과실 사고율 0%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며 “운전자는 자율주행차 안에선 위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핫 키(hot key)’만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LG, 현대차 같은 대기업도 모두 이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런 대기업을 완전히 이길 순 없겠지만, 지혜와 열정, 그리고 대기업이 갖지 못한 순발력을 이용해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넥스트의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 시스템 360도 옴니뷰 제공 영상. 이미지넥스트 제공
‘360도 옴니뷰’ 조작 모습. 이미지넥스트 제공
백 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튜닝 산업 활성화 정책을 크게 반겼다.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잘 활용하면 내수산업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최근 내놓은 신차 맞춤형 ‘360도 옴니뷰’ 패키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운전자가 만들어 준 차만 타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들의 튜닝 욕구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지원책 없는 튜닝 산업 활성화는 결국 대기업 위주의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그는 “청와대가 ‘푸드 트럭’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실제론 푸드 트럭을 허용하더라도 주차 문제로 갈 곳이 없다. 도로교통법 개정이나 주차장 개방 등 실질적인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영세 튜닝 사업자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에 8000개의 소형 튜닝점이 있다. 각 매장에 4명이 일한다고 치면 총 3만2000명이 종사하는 셈”이라며 “이들이 성공해야 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캠핑카에 대한 규제를 풀면 많은 사람이 국외여행 대신 국내에서 캠핑을 떠난다”며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국내 고용을 새롭게 창출하고 다시 내수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3년 아남반도체 입사

1984년 단국대 화학공학과 졸업

1985~1988년 현대전자(SK하이닉스)

1988~1998년 말콤 인터내셔널 일본·한국법인 대표

1988~2001년 콘실리움USA 한국법인 대표

1998~2001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팩토리 소프트웨어부문 아시아법인 대표

2001~2011년 미라콤아이앤씨 대표

2004~2006년 현대정보기술 대표

2007년 연세대 경제학 석사

2007~ 이미지넥스트 대표
이미지넥스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차의 자율주행시스템의 ‘눈’이 되는 것이다. 이미지는 이미지넥스트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 개발한 무인발렛주차 시스템 개요도. 이미지넥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