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금으로 '재개발 매몰비용' 첫 지원…어디 썼나보니

by박종오 기자
2014.05.16 07:04:13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민이 낸 세금으로 뉴타운·재개발사업의 매몰비용(도시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투입한 비용)을 지원한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 성동구 금호 제23주택 재개발 구역이 그곳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 금호23구역 주민들에게 1억4000만원을 지급했다.

앞서 지난해 7월 금호23구역 주민들이 관할 성동구청에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금액은 7억6300만원이었다. 하지만 구청의 검증 결과 이 중 2억95만원만 실제 사용된 비용으로 인정받았고, 서울시가 관련 법에 따라 실비의 70%인 1억4000만원을 지원한 것이다.

금호23구역은 금호동4가 1221번지 일대 4만6148㎡(약 1만4000평)에 걸친 노후 저층 주택가다. 이 지역 재개발 추진위원회(토지주 443명)는 낡은 집을 허물고 35층짜리 새 아파트 891가구를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성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다가 추진위 설립 1년여 만인 2012년 말 주민 절반 이상이 사업 청산에 찬성해 작년 7월 서울시가 재개발 구역 지정 해제를 결정했다.



구청 검증위원회는 용도별로 △정비업체 외주비 6278만원 △설계업체 건축비 9866만원 △운영비(총회 비용, 사무실 임대료 등) 3951만원이 주민들이 실제로 쓴 돈이라고 결론 내렸다. 주민들이 신청한 7억여원에 크게 못 미친다. 구청 관계자는 “추진위가 대부분의 비용을 외상으로 쓴 탓에 지출 증빙 서류 등 자금 집행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금호23구역처럼 뉴타운·재개발사업을 추진하다가 해산한 추진위원회에 실제 사용한 비용의 70%까지 시 재원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사용한 돈 전액이 아닌 회계·세무·변호사와 정비업체 종사자 등으로 이뤄진 구청 검증위원회가 승인한 금액만 해당한다. 주민 총회나 추진위 회의록 등 반드시 자금 집행 근거가 담긴 의사 결정 증빙 자료와 세금계산서 등 지급 명세서를 제시해야 한다. 추진위 해산일로부터 6개월 안에 해당 구청에 신청하면 지원금은 신청일로부터 4~5개월 이내에 지급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금호23구역 외 7개 정비사업장이 추가로 비용 지원을 신청했다. △강북구 번동 2-1구역 △관악구 봉천10-1구역 △동작구 상도13구역 △은평구 불광8구역 △성동구 사근1구역 △성북구 정릉3구역 △종로구 익선 도시환경정비구역 등이다. 총 신청액은 약 34억원이다. 서울시가 올해 매몰비용 지원을 위해 마련한 예산은 77억3800만원에 이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진위원회의 자금 집행 내역이 투명할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매년 예·결산 등 회계 감사를 잘 받아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호23구역의 사업 추진 일지와 매몰비용 지원 내역 (자료제공=서울시 및 성동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