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감염' 개(犬) 둘러싼 의문점 3가지

by문영재 기자
2014.03.25 06:50:00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개(犬)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유행 중인 AI 바이러스(H5N8형)의 포유류 전파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AI는 닭·오리 등 가금류 사이에서만 전파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번에 조류에서 포유류인 개로 이종 간 감염되고 있어서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AI가 발생한 농가에서 기르던 개·돼지의 AI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충남 천안 농가 1곳과 부여 개 사육농가 1곳의 개 12마리에서 AI 바이러스 항체(H5)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AI 항체가 확인된 개는 지난 11일 천안 산란계 농가에서 키우던 개 1마리를 포함, 모두 13마리로 늘었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국장은 “농장주가 폐사한 닭을 거둬 개에게 먹이로 준 것으로 추정된다”며 “법 위반 사항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46개 농가에서 기르던 개·돼지의 시료를 분석 중이라며 현재 28건의 검사를 마쳤고, 18건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AI, 포유류인 개에게 어떻게 침투했나

AI 감염된 개 13마리 모두 ‘무증상 감염’으로 확인됐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무증상 감염은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왔지만, 발열 등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채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물질인 항체가 형성된 상태를 말한다.

지난 2004년 태국에서는 AI에 감염된 오리 폐사체를 먹은 개가 AI에 감염돼 죽은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개가 AI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방역 당국은 AI 감염 개가 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AI에 감염돼 폐사한 오리를 먹고 호흡기로 바이러스가 들어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AI는 통상 닭·오리 등 가금류의 분변이나 깃털 등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바이러스가 폐 깊숙이 들어가면 발열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바이러스가 폐의 깊은 곳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5N8형 AI 바이러스에 대해 밝혀진 사실이 별로 없어 단정할 순 없지만, 검출된 항체 양이 많지 않고 가볍게 지나간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정확한 AI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AI 감염 개를 해부해 정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 개에게 ‘AI 감염’ 닭 날것으로 줬나

AI 항체가 발견된 개에게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을 어떻게 줬느냐도 관심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을 날것으로 개에게 먹인 것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 부장은 “바이러스가 많이 있는 폐사한 닭을 개가 먹으면 감염될 수 있다”며 “농가에서 죽은 닭을 받아 개에게 날것으로 먹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힌 닭을 먹여 AI에 감염됐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AI 바이러스는 섭씨 70도에서 30분, 75도에서 5분간 열을 가하면 모두 사멸된다며 조류나 계란 등을 섭취할 때 익히거나 끓여 먹으면 안전하다고 대국민 홍보를 해왔다.

◇ 개에서 AI 항체 확인..인체 감염 가능성은

방역 당국은 국내에서 유행 중인 AI 바이러스는 H5N8형으로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된 동남아시아·중국 등지에서 발생한 H5N1형이나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H5N9형과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농식품부는 AI 발생 농가 3㎞ 이내이거나 임상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난 농가는 모두 매몰 처분 조치를 하기 때문에 AI 감염된 닭·오리를 사람이 먹을 기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주 부장은 “이번에 개에서 추가로 AI 항체가 발견됐지만, 공기에 따른 감염 가능성은 작다”며 “인체감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AI와 관련해 5만명 이상이 매몰처분 등 방역에 동원됐지만, 인체 감염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며 AI 일일상황점검회의를 통해 방역·농장관계자 등에 대한 감염 여부도 꾸준히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2003년과 2008년 국내에서도 AI 바이러스(H5N1형)가 인체에 침투한 사례(무증상 감염)가 있었던 만큼 인체 감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