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3.04.26 07:00:00
4.24 재보선이 당초 예상대로 안철수 김무성 이완구 등 여야의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원내 진입하는 것으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선거후 관심은 참패한 민주통합당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선거구 3곳을 포함해 재보선이 치러진 12곳에서 단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접전을 벌인 곳 조차 한군데도 없었다는 점이 굴욕적이다. 부산 영도와 충남 청양·부여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에 40~60% 포인트나 차이난 채 대패했고 새누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경기도 가평군수 재보선에서도 무소속 후보들에 밀려 4위에 그쳤다.
국회의원 127명을 거느린 거대 야당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이 “국민들은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아닌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고 꼬집을 정도였을까.
참패를 예견한 듯 선거상황실도 운영하지 않았던 민주당은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제자리에 머무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준엄한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는 비장한 어조의 논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당선에 대해서도 “야권 분열이 아닌 확대와 연대로 귀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주도권을 빼앗긴 옹색한 처지로 비쳐질 뿐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말로는 ‘뼈를 깎는 혁신’을 다짐했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변화도 보여주지 못했다. 다음달 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당 대표 선출을 둘러싼 극단적인 계파대립을 재현하면서 국민들의 외면을 사고 있다. 지금 민주당이 당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누가 당권을 잡을 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국민은 극히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의 국회 입성은 민주당에 분명 위협요소다.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에서 두번 양보하면서 결실을 맺지 못했던 안철수식 새 정치는 앞으로 원내에서 본격적인 실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안 당선자의 생각처럼 민생을 중시하고 말이 아닌 실천과 행동으로 하는 정치를 보여주며 여론의 호응을 얻는다면 야권의 정치지형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안 당선자가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혀 타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안이함이 지금의 위기를 낳았다. 자기혁신은 내팽겨쳐 둔 채 남이 잘못되기만을 바라는 것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