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춘동 기자
2013.01.23 07:10:00
일부러 채무상환 늦추고…
성실 채무자는 "왜 우리만 손해" 반발
"시간 끌수록 혼란..손실분담 원칙 분명히 해야"
"구제대상 아닌 재원 위주로 접근..첫 단추부터 잘못"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추진 중인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이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될 수 있으면 빨리 구체적인 구제안을 마련해 속전속결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간을 끌수록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은 물론 채무자의 손실분담 원칙도 강조했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국민행복기금은 실행 의지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일단 얘기를 꺼냈으면 뜸들이지 말고 전광석화로 추진해야 잡음 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실무자는 “아직 구체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은행과 채무자 모두 서로 책임과 고통을 적절히 분담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조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적기금이 투입되는 국민행복기금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개인 도산체계를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기금의 역할이 과하면 도산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컸다. 실제로 국민행복기금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혹시나 해서 일부러 채무상환을 늦추는 부작용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성실하게 채무를 갚아온 이들은 왜 우리만 손해를 봐야 하느냐는 반발도 있다.
한 금융지주경영연구소 임원은 “구제 대상을 먼저 정한 뒤 공약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가능한 재원을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니 첫 단추부터 문제가 있다”며 “원칙과 방침을 밝히는 건 좋지만, 그 수위가 어정쩡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연구소 관계자는 “사실상 공적자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국민행복기금이 당장 절실한지 의문이 든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계선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헛된 기대감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관계기관의 한 임원은 “국민행복기금은 내수회복과 복지 차원에서 일정부분 필요하다”면서도 “공약은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불확실하다 보니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안 갚는 유인이 될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