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썩은 선거’ 통합진보당, 쇄신만이 살 길이다

by논설 위원
2012.05.03 07:00:58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3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통합진보당 조준호 공동대표(진상조사위원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9대 비례대표 후보 경선이 총체적 부실·부정 선거라고 인정했다. ‘이동 투표함’ ‘이중투표’ ‘대리투표’ 등이 모두 동원됐다. 도덕성과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기성 정당을 비판해 온 진보정당이 군사정권 시절에나 봤음직한 구태와 불법을 자행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10%가 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지역구 7석과 비례대표 6석 등 모두 13석을 차지해 원내 3당의 위치로 우뚝 올라섰다.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낀 한국에서 새로운 진보 정치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선거의 부정 부패와 난맥상은 한마디로 실망을 넘어선다. 그들이 비판해 온 보수 정치인보다 나을 게 없거나 오히려 더 부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준다. 목적이 좋다면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는다는 독선과 오만은 과거 독재정권의 행태를 판박듯 닮았다. 문제는 진보당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면서도 뭉개고 있었다는 점이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내부 고발자를 이적세력으로 몰아 비판과 압박을 가한 것이 통합진보당의 한심한 현실이었다. 정파간 이해와 다툼에 눈이 멀어 도덕성이 마비된 양상이다. 또  진보당 지도부 역시 우유부단했다.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는 1일밤 긴급회동을 했지만 지도부 책임과 비례대표 사퇴 등 뚜렷한 쇄신책을 내놓지 못했다. 진상조사 발표후 당권파와 비주류간 갈등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과거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도 못한 것 같다. 총선전 서울 관악을 야권연대 경선 여론조사 조작 파문이 불거졌을 때 이정희 대표는 사퇴시기를 미적거렸고, 진보진영 전체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번 선거부정에 대해서도 “앞서 진행된 청년비례대표 투표과정에서 동일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오류를 반복한 것은 심각한 선거관리 부실 사례”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부정선거로 앞 순번을 받은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 정파간 이해득실에 매달려 우유부단한 행태를 보여온 지도부는 선거 부정과 늑장 조사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자성과 참회하는 태도를 보여야 땅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그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검찰수사를 통해 만신창이의 패자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