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2.02.01 06:12:34
그리스 협상타결 기대에도 지표부진 `발목`
나스닥만 소폭상승..금융주 뒷심 주도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1월 마지막 거래일에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보였다. 그리스 국채교환 협상 타결 기대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지표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한 달간 지표가 4~5%씩 상승하면서 지난 1997년 이후 15년만에 가장 강한 1월 랠리를 기록했다.
3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20.81포인트, 0.16% 하락한 1만2632.91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61포인트, 0.05% 낮은 1312.40을 기록했다. 다만 나스닥지수만 1.90포인트, 0.07% 오른 2813.84로 장을 마쳤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가 전날 밤늦게 "민간 채권단과 국채교환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이와 2차 구제금융 지원안 관련 협상을 이번 주말까지 타결짓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개장전 나온 미국 고용비용지수도 예상밖의 상승세를 보이며 임금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유로존 실업률이 유로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미국 20대 대도시 집값과 시카고 PMI와 소비자 신뢰지수 부진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그리스 기대감에 금융주가 강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가 1.59% 상승한 것을 비롯해 모간스탠리가 2.47%, 뱅크오브아메리카가 8.5% 각각 상승했다.
이날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하는 실적과 자사주 취득 계획을 함께 내놓은 엑슨모빌이 오히려 2.05% 하락했다. 쉐브론도 0.28% 떨어졌다. 역시 좋은 실적을 공개한 화이자도 0.83% 하락했다.
라디오쉐이크는 4분기 실적 부진을 경고한 뒤로 29% 이상 급락했고, UPS는 실적이 시장 기대에 부합했지만 0.66% 하락했다. 반면 마텔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 덕에 4.98% 올랐다.
◇ 美의회예산국 "올 재정적자 1조불 넘어"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올해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추면서 정부 재정적자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높여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CBO는 지난해 8월에 내놓은 경제 전망을 수정한 보고서를 내고 당초 예상했던 올해(작년 10월~올 9월) 재정적자 9730억달러를 1조79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세수가 2조5230억달러, 세출이 3조6010억달러로, 이같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9560억달러 적자보다는 큰 규모다.
CBO는 또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전년대비 2.2%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1.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올해 전망치는 작년 8월 전망치인 2.6%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7%로 이전 전망치인 1.5%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내년에는 1.5%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실업률은 올해 평균 8.8%, 내년 9.1%로 점쳤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종전의 8.7%보다 소폭 높아졌다.
◇ 미국 주요 경제지표 동반 부진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케이스쉴러가 함께 발표한 지난해 11월중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7% 하락했다. 이는 10월의 0.7%와 같았지만, 시장 예상치인 0.5%보다는 컸다. 20개 대도시중 13곳에서 집값이 하락했다.
전년동월대비로도 3.7%나 하락해 시장 예상치인 3.3%를 상회했다. 이는 10월의 3.4%에 비해서도 큰 편이었다. 계절 조정하지 않은 전월비로도 주택 가격은 1.3% 하락해 시장 예상치인 0.8%를 크게 앞섰다.
또 미 컨퍼런스보드는 1월중 소비자신뢰지수가 61.1을 기록해 작년 12월 수정치인 64.8보다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68.0보다도 크게 낮았다. 특히 현재 경기여건에 대한 지수는 전월 46.5에서 38.4로 크게 낮아졌고 일자리가 충분하다고 답한 소비자 비중은 6.6%에서 6.1%로 더 낮아졌다.
아울러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PMI)는 1월중 기업경제활동지수가 60.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지난해 12월의 62.2는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인 63.0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만에 가장 부진한 수치다.
◇ 그리스 구제금융지원 `산넘어 산`
이날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팀간에 진행되는 협상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현재 트로이카팀은 국방과 의료, 공기업부문에서 추가로 정부 지출을 삭감하라고 요구하며 올해 GDP대비 1%수준인 20억유로 규모의 추가 재정지출 삭감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스 정부는 수용 의사를 내비쳤지만, 다른 정당들은 지나친 요구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구나 트로이카팀이 요구하고 있는 민간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삭감 문제는 더 큰 갈등을 빚고 있다. 전날 게오르규 쿠트로우마니스 그리스 노동장관은 이같은 최저임금 삭감은 한 해 성장률을 1~1,5%포인트 더 낮추는 악영향을 낳을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지만, 트로이카팀은 20~25%의 최저임금 삭감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그리스 의회 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민간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의 액면가치를 50% 탕감하는 협상이 거의 타결 직전까지 왔다"고 밝혔다. 또 "이번주말 이전에 오는 2015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목표치대로 맞출 수 있는 새로운 긴축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렇게 마련한 긴축안과 이에 따른 2차 구제금융 지원안은 오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승인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유로존 실업률 10.4%..유로출범후 최고
유로존 17개 회원국들의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10%대를 유지하며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유로존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유로존의 실업률이 10.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의 10.3%보다 0.1%포인트 높아졌고, 1년전 9.5%에 비해서는 0.9%포인트나 높은 것.
국가별로는 포르투갈이 13.6%로 0.4%포인트나 높아진 것을 비롯해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9.9%, 8.9%로 0.1%포인트씩 상승했다. 그나마 독일이 5.6%에서 5.5%로 낮아졌다.
다만 청년층 실업률은 21.3%로 전체 실업률의 2배 수준이긴 했지만, 예상을 깨고 0.1%포인트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