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5th FSS레터]신용평가산업과 게이트키퍼
by박보희 기자
2011.11.01 09:46:15
마켓in | 이 기사는 10월 31일 19시 19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투자자보호를 위한 신용평가회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국내외적으로 부정적 기능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최근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신용평가의 여러가지 취약점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등 구조화증권의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부실을 뒤늦게 신용등급에 반영하거나 급격히 신용등급을 하락시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등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도 이와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인데, 최근 일련의 부실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와 관련해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가 신용사건 발생후에야 일시에 등급을 낮추는 이른바 ‘뒷북평가’ 문제, 발행기업이 등급을 잘 주는 신용평가회사를 선택하는 ‘등급쇼핑(Rating Shopping)’ 문제, 실질에 비해 신용등급을 높게 평가하는 ‘등급 인플레’ 문제 등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문제의식에 따라 작년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G20에서는 신용평가회사 의존도 축소를 위한 원칙 등 신용평가 규제체계 개편을 주요 의제로 채택했으며 국제증권감독자기구(IOSCO)는 신용평가회사의 업무지침을 개정했다. 미국도 최근 도입한 금융개혁법에서 신용평가 규제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EU는 신용평가회사 규제개혁안을 마련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용평가의 근거법규를 신용정보법에서 자본시장법으로 이관하고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즉, 공모 무보증사채, 공모펀드에 편입되는 무보증사채, 증권회사가 매매중개하는 기업어음 등 법규에서 의무화한 신용평가의 신용평가서는 반드시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하도록 하여 신용평가내용의 공시를 강화하고 신용평가회사의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묻는 등 감독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공통과제인 ‘평가수수료의 부담주체’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신용평가의 문제점은 감독강화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초병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외적의 침입을 제때 정확히 알려야 백성들을 보호할 수 있듯이 신용평가회사도 발행기업의 신용위험 변동등을 적시에 반영해야 자본시장의 게이트키퍼(Gatekeeper)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백성들이 생명과 재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초병의 나팔소리에만 기댈 수 없는 것처럼, 투자자들도 투자의 자기책임원칙에 따라 신용등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용평가보고서 내용과 증권신고서 등 각종 공시자료를 꼼꼼히 살펴 투자대상의 신용위험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신용평가회사의 신용평가서도 투자를 위한 참고자료가 될 뿐이지 투자대상의 안전성이나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투자자의 신용평가 품질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각성이 있어야만 신용평가회사간 품질제고를 위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데일리가 반기마다 실시하는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조사(SRE)’는 시장참가자와 신용평가회사 간의 원활하고 의미있는 의사소통채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SRE가 시장규율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베틀북이 되기를 바라며, 이러한 노력들로 인하여 신용평가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우리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제고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