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유럽 불안감에 하락..다우 0.2%↓

by피용익 기자
2010.09.30 05:48:59

아일랜드·스페인 재정위기 우려 지속
일부 연은 총재들 양적완화 반대 의사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29일(현지시간) 거래를 하락세로 마감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우려가 지속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찬반 논쟁이 가열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22.86포인트(0.21%) 하락한 1만835.28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03포인트(0.13%) 내린 2376.56을,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97포인트(0.26%) 떨어진 1144.73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뉴욕 증시는 유럽 위기 우려가 지속된 점을 악재로 반영하며 하락세로 출발했다.

아일랜드 정부의 앵글로아이리쉬뱅크 구제 비용 규모에 관심이 모아졌고,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어졌다.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한 점도 불안감을 높였다.

이로 인해 글로벌 성장세 둔화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주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와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양적완화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점도 주식시장에 부담을 줬다.

반면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실업률을 낮추고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준이 추가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연준 내부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이견이 대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1조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왔다. 따라서 이날 연은 총재들의 장외 논쟁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가운데 상승 종목은 7개에 불과했다. BOA, JP모간 등 은행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S&P500을 구성하는 주요 업종 가운데서는 원자재, 소비재, 금융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다만 에너지주는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점을 반영하며 상승했다.



유럽 위기 우려가 높아지면서 은행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JP모간은 1.39%, BOA는 1.21%, 웰스파고는 1.22% 각각 빠졌다.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은행업종 유명 애널리스트인 메리디스 휘트니가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여파로 내림세를 보였다.

반면 에너지주는 유가가 7주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대체로 올랐다. 셰브론은 0.49%, 아나다코는 1.05%, 체사피크는 4.01% 각각 상승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경영진 교체에 따른 기대감을 반영하며 1.81% 뛰었다.

반도체주도 오름세를 보였다. 샌디스크는 4.61%, AMD는 4.75%, 마이크론은 1.97% 각각 올랐다.

약세장 속에서도 태양광 관련주는 일제히 급등해 눈길을 끌었다. 태양광 수요 증가 기대감을 반영하며 르네솔라는 6.10%, LDK는 3.95%, 새트콘테크놀러지는 8.26% 치솟았다.


내년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게 되는 2명의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연준의 국채 매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 이날 주식시장에 부담을 더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뉴저지 바인랜드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의 위험은 크지 않다"며 국채 매입에 반대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연준이 국채를 매입했는데도 고용이 늘지 않으면 중앙은행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가진 연설에서 양적완화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이 작년 초에 비해 잘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양적완화의 효과는 더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FOMC는 지난 회의에서 디플레이션 위험을 언급하면서 필요할 경우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조만간 국채 매입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일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은 총재는 "추가 양적완화 여부에 대해 연준이 합의한 것은 없다"며 "연준 내부에서 이와 관련한 논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