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한 기자
2009.09.17 05:22:55
경기회복 기대감에 은행·상품주 강세
워렌 버핏 발언에 주택건설주도 급등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16일(현지시간) 경제지표 개선과 미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사흘째 랠리를 전개했다. 특히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은행주와 주택건설주가 급등했고, 달러화 약세까지 더해져 상품주와 에너지도 강세를 나타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08.30포인트(1.12%) 상승한 9791.71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0.51포인트(1.45%) 오른 2133.15를,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16.13포인트(1.53%) 상승한 1068.76을 각각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오름세로 출발했다. 개장전 발표된 8월 산업생산이 기대치를 웃돌며 경기회복 기대감을 자극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후에 발표된 9월 주택건설업체 체감경기지수도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뉴욕증시는 오후들어 상승폭을 더욱 확대했다. 특히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경기민감주인 은행주와 상품주가 급등세를 보였고, 달러화 약세로 국제유가도 반등해 에너지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여기에다 워렌 버핏이 C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밝힌 점도 투자심리에 도움을 줬다. 특히 "주택시장이 지난 1년간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는 버핏의 발언에 주택건설주들이 급등세로 화답했다.
이날 다우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30개 블루칩 종목중에서는 주가가 오른 종목이 26개, 내린 종목이 4개로, 상승종목이 월등히 많았다.
주식시장 강세와 경제지표 개선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늘면서 안전자산인 미국채 가격과 미국 달러화 가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국제유가는 경기회복 기대감에다 달러화 약세까지 더해지면 배럴당 2% 이상 급등하며 72달러선까지 상승했다.
경제지표 개선에 힘입어 경기관련주들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은행업종은 4% 이상 올랐다. 다우 지수 구성 종목인 뱅크오바아메리카(BoA)와 JP모간체이스가 2% 이상 오른 가운데 대형 지방은행인 키코프, 리전스 파이낸셜, 선트러스트뱅크 등이 4~8% 안팎 급등했다.
하루전 4% 넘게 떨어졌던 씨티그룹도 반등했다. 씨티그룹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채권보증 지원 프로그램에서 졸업을 모색중이라는 소식이 회사의 여건이 개선됐다는 인식으로 해석되면서 매수세가 유입됐다.
다우 지수 종목이자 경기관련주인 캐터필라와 제너럴 일렉트릭(GE) 등도 산업생산 개선 소식에 강세를 나타냈다. 미 달러화 약세도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작용했다. 캐터필라는 중장비를 생산하고 있고, GE는 발전소 터빈 등을 만들고 있다. GE는 6% 가까이 올랐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금속가격이 오르면서 금속관련 상품주의 강세도 이어졌다. 금값 상승으로 금광주도 오름세를 기록했다.
다우 지수 구성종목이자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가 3% 이상 올랐고 구리생산업체인 프리포트 맥모란도 강세를 기록했다. 이날 구리 12월물 인도분 가격은 파운드당 9.5센트(3.3%) 상승한 2934달러를 기록했다.
금값도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바릭 골드와 재규어 마이닝 등 금광주가 강세를 기록했다. 12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13.90달러(1.4%) 상승한 1020.20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도 경기회복 기대감과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큰 폭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필라델피아 오일 서비스 지수가 3% 이상 올랐다.
주택건설주도 급등세를 기록했다. 9월 주택건설업체 체감경기지수가 3개월 연속 개선된데다, 워렌 버핏이 "미국의 주택경기가 지난 1년간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고 밝힌 점이 큰 호재로 작용했다. 비저홈즈가 14%나 올랐고, 호브내이언은 10% 상승했다. 고급주택 건설업체인 톨 브러더스도 강세로 마감했다.
세계 최대 그래픽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어도비 시스템즈가 소프트웨어 업체인 옴니처를 18억달러에 인수한다. 옴니처는 좋은 가격에 팔린다는 평가로 25%나 올랐고, 어도비는 인수가격 부담으로 6% 이상 떨어져 대조를 보였다.
월가 투자자들은 최근 점증하고 있는 기업간 M&A(인수합병) 움직임을 경기회복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실제 M&A는 경기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외에 반도체 업체 램버스는 실적호재로 강세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3분기 매출 전망치를 최소 2억5000만달러에서 최소 2억8000만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점인 아마존닷컴은 투자의견 상향 소식에 8% 이상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자상거래부분 경쟁력을 이유로 아마존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다우 종목이자 통신업체인 버라이존이 2% 가까이 떨어졌다. UBS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강등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UBS는 버라이존이 무선사업에서 전반적인 압력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워렌 버핏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으며,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언급, 더블딥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특히 "9·11 사태와 같은 끔찍한 외생적 사건이 발행하면 모를까 경제가 바닥을 다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더블딥 처럼)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또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주택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며 "(예전보다) 훨씬 집을 덜 짓고 있는 반면 (주택이 필요한) 미국의 가정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주택시장 (공급과잉)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픽은 특히 "미국의 주택가격 및 활동을 들여다 보면은 1년전보다 드라마틱하게 변했다"며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의 8월 산업생산이 전월비 0.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의 컨센서스로는 0.6% 증가가 예상됐었다.
전월인 7월 산업생산도 1% 증가한 것으로 상향 수정됐다. 7월 산업생산은 당초 0.5%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었다. 이같은 결과는 전날 "리세션이 끝나가고 있다"고 언급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발언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특히 산업생산은 200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제니 몽고메리 스폿의 가이 레바스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이 개선세를 향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지출이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자본재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는 9월 주택건설업체 체감경기지수(HNI)가 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수는 전월 수치 18보다 높아졌고, 블룸버그통신이 4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장의 컨센서스에도 부합했다.
특히 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했고, 9월 지수는 2008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낮아진 주택가격과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으로 최근 주택판매가 늘면서, 주택경기 체감지수도 상승했다.
미 노동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비 0.4% 상승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이 4.6% 증가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CPI는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이다. 근원 CPI는 전년비 1.4% 상승했지만 이같은 상승폭은 2004년 1월 이후 가장 적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이젤 골트 IHS 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근원적인 인플레가 여전히 잠자고 있다"며 "이는 연준에게 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수 있는 큰 여지를 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