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돌아와 가방 열어보니 마약이…"

by조선일보 기자
2008.09.06 11:18:16

중국 여행갔던 3명, 가방 전달 부탁받고 들여와
받을 사람 못 만나자 직접 팔려다가 붙잡혀

[조선일보 제공] 일반 관광객이 마약인지 모른 채 무려 7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운반하다가 적발됐다. 평범한 여행용가방에 넣어 들어왔는데도 인천공항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경북경찰청 마약수사대는 5일 70억원대의 중국산 마약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시키려 한 혐의로 이모(46·인천 중구·주차대행업)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0일 중국 웨이하이(威海)로 여행간 이씨 등은 한 식당에서 만난 김모(49·중국 칭다오 거주)씨에게서 "장난감 샘플이 든 가방 1개를 인천공항에 마중 나오는 40대 남자에게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공항에서 약속한 남자를 만나지 못하자 가방을 열어 장난감 샘플, 참깨 등에 숨겨져 있는 필로폰을 확인, 매수자를 찾던 중 지난 28일 인천시 중구 자신들의 집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에서 "들여올 때만 해도 마약인지 몰랐는데 마약을 직접 보니 갑자기 욕심이 생겨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정진용 마약수사대장은 "이들로부터 압수한 필로폰은 2.1㎏, 시가 70억원어치로 7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며 "이번처럼 해외여행을 할 때 모르는 사람의 짐을 운반하거나 항공택배의 수신처를 제공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마약을 받기로 한 40대 남자를 추적하는 한편, 일반인을 속여 마약을 밀반입하는 수법의 사건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은 "성수기엔 하루 6만여명이 드나드는데 인력부족 등으로 입국자의 3%밖에 검색할 수 없고, 마약은 X―레이 검색에서도 쉽게 찾아낼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첩보 없이 공항에서 마약을 적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