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악재` 뉴욕 이틀 하락..다우 100p↓

by김기성 기자
2008.06.04 05:51:59

리먼 자금 압박설..금융주 동반 하락
버냉키 "弱달러, 인플레 영향 주시"
금리동결 시사..달러 강세-유가 하락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뉴욕 주식시장이 6월들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선 미국의 4위 증권사인 리먼브러더스의 자금 압박설이 악재로 작용했다.

리먼브러더스가 대규모 신용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4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 등으로 금융주가 동반 하락했다. 유가 급락에 따른 에너지 관련주의 내림세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리먼이 긴급 자금 조달을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접촉하고 있다는 루머까지 퍼지면서 주요 지수가 급락세를 타기도 했다. `제2의 베어스턴스` 악몽에 휩싸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리먼이 이같은 루머에 대해 부인하고  2분기 현금 규모가 18%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급락세가 진정됐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하반기 경기 회복 전망 발언과 월가 전망치를 넘어선 4월 공장 주문과 톨 브러더스의 분기 실적 등으로 장중 상승하기도 했으나 금융주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402.85로 전일대비 100.97포인트(0.81%)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05포인트(0.44%) 하락한 2480.48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377.65로 8.02포인트(0.58%) 뒷걸음질쳤다.

◇`리먼 악재`..금융주 동반 하락

월가의 4위 증권사인 리먼브러더스(LEH)는 2분기에 상장 이후 첫 분기 적자를 냈고, 신용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4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9.5% 급락했다.

이 영향으로 금융주가 동반 하락했다.

메릴린치(MER)는 1.7% 떨어졌고, 모간스탠리(MS)와 골드만삭스(GS)는 1%씩 뒷걸음질쳤다.

◇버냉키 "弱달러, 인플레 영향 주시"..금리동결 시사

버냉키 연준 의장은 "(현재의) 금리가 성장과 물가 안정을 모두 촉진할 만큼 적절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또 "달러 가치 하락이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연준은 재무부와 함께 외환시장의 변화과정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통화 컨퍼런스를 위성으로 연결해 `미국 경제`를 주제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동결에 나설 뜻을 시사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기는 더이상의 달러 약세를 용인하지 않는 통화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달러 가치 하락의 악영향에 대한 비교적 강도높은 발언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오는 24~25일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연준은 작년 여름 신용위기가 발생한 이후 그 해 9월부터 7개월동안 총 일곱차례에 걸쳐 325bp의 과감한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더나아가 연준은 달러 가치 하락 및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경우 금리인상의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 10월 금리인상설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주택시장, 특히 주택가격이 안정화 신호를 보낼 때까지 경제성장은 하강할 위험이 남아있다"며 "최근의 유가 상승은 경제 하강 위험을 더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어 "2분기 경제성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지속적인 금리인하, 유동성 공급, 경기부양책 등의 효과가 발휘되면서 하반기 경제성장은 다소 나아지고, 내년에는 더 호전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버냉키 발언`..달러 강세-유가 하락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달러 가치는 유로와 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금리 인하 종료 또는 올해말 금리 인상으로 해석된 것이다.

달러 가치는 유로와 엔에 대해 0.4% 가량 상승했다.

국제 유가가 달러 강세 여파로 급락세로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3.45달러(2.7%) 떨어진 124.3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GM, 트럭 4개 공장 폐쇄-승용차 비중 확대..주가 상승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고유가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트럭 생산 4개 공장의 문을 닫기로 했다. 대신 신형 소형차를 도입하는 등 연료 효율성이 높은 자동차 의 생산비중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GM의 최고경영자(CEO)인 릭 왜고너는 이날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을 통해 "휘발유 가격의 갤런당 4달러 돌파는 단순한 사이클상의 변화가 아니라 구조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왜고너는 "승용차 생산비중을 현재의 50%에서 60%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트럭 생산 4개 공장 폐쇄를 통해 연간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트럭 생산능력은 연간 70만대 감소할 전망이다.

왜고너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험머` 브랜드에 대해선 "매각 등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GM은 구조조정 발표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3% 이상 상승세를 타기로 했으나 5월 판매 실적이 27.5% 급감했다는 발표 이후 상승폭이 줄어들어 결국 0.8% 오름세로 마감했다.

◇톨브러더스 `상승`

미국 최대 고급주택 건설업체인 톨 브러더스(TOL)는 분기 적자를 기록했으나 월가 전망치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3% 올랐다.

톨 브러더스의 회계년도 2분기(2~4월) 순손실은 9370만달러(주당 59센트)를 기록했다. 주택 수요 급감과 부동산 감액손실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월가 전망치인 주당 90센트 손실은 웃돌았다.

리먼 브러더스(LEH)는 신용손실을 막회하기 위해 30억~40억달러의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4.4% 떨어졌다.

◇美4월 공장주문 1.1%↑..`유가 상승 영향`

미국의 4월 공장 주문이 유가 상승에 힘입어 월가 전망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4월 공장주문이 전월대비 1.1%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0.1%를 비교적 크게 웃돈 것이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라는 인플레이션 요인이 반영된 만큼 의미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문별로 보면 내구재 주문은 0.6% 감소한 반면 비내구재 주문은 유가 상승으로 2.8% 증가했다. 석유 제품을 제외한 신규 주문은 0.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