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손동영 기자
2002.02.13 12:16:30
[edaily] 지난 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동안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수준이 실질적으로 후퇴한 것으로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특성을 감안, 소비가 경기변동의 완충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내수기반을 더욱 강화시켜야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0년 이후 가계소비패턴 변화의 특징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중 명목기준 가계소비 지출규모는 290조6816억원으로 90년의 91조7553억원보다 3.2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명목 GDP는 2.9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가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51.3%에서 56.2%로 커졌다.
그러나 95년가격을 고정시킨 실질기준으론 같은 기간 GDP가 1.8배 늘어난 반면 가계소비는 1.7배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질 GDP에서 실질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53.8%에서 2000년 49.5%로 4.3%포인트나 급락했다.외환위기 직후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99년이후 수출주도 경기상승이 이루어지면서 소비의 성장기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데 따른 것이다.
소비지출 가운데 서비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45.1%에서 2000년 57.0%, 2001년 1~3분기중엔 58.4%로 크게 확대됐다. 또 지난 10년동안 정보통신비 지출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 가계소비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년 1.5%에서 2000년 4.6%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이는 93년 이후 PC보급 확산과 97년 이후 휴대폰 수요확대 등에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비지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율도 90년 0.9%에서 97년 9.6%까지 높아졌다. 또 외환위기후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가 2001년 1∼3분기중다시 12.1%로 크게 상승한 상태다.
한편 소비자들을 소득수준별 5계층으로 나눌 경우 1분위계층인 저소득층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11.3%에서 97년 11.8%로 상승했으나 2000년엔 11.1%로 다시 하락했다. 반면 5분위계층인 고소득층의 경우는 90년 34.1%에서 97년에는 31.7%로 낮아졌으나 외환위기후 다시 높아져 2000년 32.4%를 차지했다. 특히 외환위기후 최고소득층인 10분위계층의 소득이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돼 소비지출비중이"97년 18.4%에서 2000년 19.0%로 확대됐다. 부익부 빈익빈이 현실화한 셈이다.
한은은 "외환위기 이후 실질기준 가계소비 비중하락은 가계의 경제적 후생수준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소비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함을 시사한다"며 "다만 2001년들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반면 소비는 상대적으로 견실한 증가세를 유지함에 따라 실질소비 비중이 다소 반등, 소비가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따라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경우 소비가 경기변동의 완충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내수기반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또 우리나라 가계소비지출 패턴의 특징적 변화로 ▲소비의 서비스화 가속 ▲내구재 소비지출의 둔화 ▲정보통신비 지출의 급속한 증가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의 확대 ▲소비의 고급화 및 대형화 추세 등을 꼽았다. 한은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소득계층별, 연령별 소비의 불균형 현상도 단기간내에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