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콘텐츠 경쟁력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2024 콘텐츠유니버스]

by김명상 기자
2024.09.02 06:00:00

콘텐츠 생산 작업서 혁신 일으키는 AI
비용·제작기간 줄이고 단순 노동 줄여
초개인화 시대 충성도 높은 고객 필요
지속성 갖춘 고유 시장 확보해야 성공

지난달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콘텐츠 유니버스 코리아’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선우·김명상·함지현·김현식·최희재 기자] “인공지능(AI)을 창의력 강화의 ‘지렛대’(레버리지) 기술로 활용하라.” “불특정 다수인 대중보다 소수 팬덤에 맞춘 ‘롱테일’(Long Tail) 전략을 구사하라.”

29일과 30일 양일간 고양 킨텍스(2전시장 6홀)에서 열린 ‘2024 콘텐츠유니버스 코리아’ 현장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제시한 ‘AI 시대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의 해법이다. 이틀간 70여 명의 콘텐츠·테크 분야 전문가들은 “AI 열풍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꾸준히 시장 흐름과 확장을 주도할 장기 트렌드”라며 “AI를 콘텐츠 비즈니스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협업 도구로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콘텐츠의 성패를 좌우할 불변의 가치는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이라며 AI 등 기술 도입으로 올라간 생산성과 효율성을 새로운 스토리 개발에 재투자하라는 방향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도 콘텐츠 개발의 원천은 상상력과 창의성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 유통 등에서 AI가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스토리텔링 발굴과 개발의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글로벌융합학부)는 지난 30일 AI와 창의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AI가 인간의 자의식과 비슷한 패턴까지 학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상상력과 창의성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유토론 무대에 오른 한지형 전 CJ ENM 책임 프로듀서는 “AI 대중화로 막대한 자본 없이도 아이디어에 기반한 다양한 기획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기술 발전이 창의력 발현과 구현의 물리적 한계선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2전시장에서 열린 ‘2024 콘텐츠 유니버스 코리아’에서 김태훈 LG유플러스 광고커머스 사업단장(왼쪽부터), 박문수 화성시 홍보전략팀장, 이보혁 에피어코리아 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명상 기자)
전문가들은 AI를 자본과 인력, 시간 등 지금까지 콘텐츠 개발의 장애 요인을 극복하는 지렛대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김태훈 LG유플러스 광고커머스 사업단장은 “최소 2억원 내외 비용에 3개월 이상 필요하던 광고 제작이 AI 기술로 제작비는 5000만원 미만, 제작 기간은 한 달로 단축됐다”며 “소비자 참여도 종전보다 4배가량 높아지면서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AI 기술로 가성비와 타깃 마케팅의 정확도가 높아진 디지털 마케팅 시장이 오는 2030년 10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보혁 에피어코리아 이사는 “초개인화 시대에 개인 성향과 니즈를 반영한 맞춤 마케팅은 필수”라며 “AI가 개인화 마케팅의 핵심인 타깃 설정, 발굴은 물론 이들과의 소통에 필요한 맞춤 전략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지적 노동력 대량생산’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질이 달라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기술 활용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생성형 AI를 통해 대량의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 ‘주인 없는’ 상태가 될 것이고 누구나 시장에 뛰어들 수 있어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2전시장 6홀에서 열린 ‘2024 콘텐츠 유니버스 코리아’에서 이창준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교수가 ‘콘텐츠, 우리가 몰랐던 7가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일부 전문가들은 AI 등 기술 덕분에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이 이전보다 더 용이해졌지만, 비즈니스 타깃은 소수의 팬덤을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초개인화 시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선 불특정 다수인 대중보다 성향과 취향이 명확한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가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창준 성균관대 교수(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 전공)는 “디지털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롱테일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억지로 대중의 취향을 맞추기보다 특정 타깃의 취향과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지속성을 갖춘 고유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콘텐츠 유통과 공급에 있어서도 ‘서비스 호핑’(Service Hopping)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최근 콘텐츠 소비 패턴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그대로 이용하는 소극적인 방식에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가 있는 플랫폼을 찾아다니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플랫폼이 콘텐츠 유통의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달 도구일 뿐 콘텐츠 개발의 핵심은 콘텐츠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