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막차 놓쳤다면…"연 5% 줍니다" 미국채 눈독
by김인경 기자
2024.08.16 05:30:00
[돈이 보이는 창]
예적금 막차 수요 폭증 속…정기예금 금리 2.99%로
증권사 美 채권, 연 5% 중후반 금리로 제공 중
만기도 길지 않아 부담 낮아…수수료도 1.5% 미만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의 9월 기준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에 한국은행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 이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늦다며 정부와 여당 등은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연 3% 중반의 금리를 주는 정기 예·적금을 ‘고금리 막차’로 보고 투자를 서두르는 중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예적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내외 채권 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 자본 차익은 작지만 확실한 이자 수익을 보장하는 미국 단기채가 마지막 고금리 투자처로 손꼽힌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도 몇 달만 기다리면 5%대 약정 금리를 받을 수 있어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945조 71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925조 7608억원)보다 19조 3106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우대금리 포함)는 연 3.42%로 기준금리(3.50%)를 밑돌고 있으며 그나마도 신용카드나 각종 관리비 이체 등에 따른 우대금리를 제외하면 연 2.99% 수준에 머문다. 이달 들어 시중은행이 줄줄이 수신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5일부터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35%포인트 인하했고, 국민과 신한은행도 일부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내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시장에서는 연 3회 인하인지 2회인지를 두고 논쟁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졌고 막차수요가 몰리며 지난달 말 3% 중반의 금리라도 받으려는 투자자들이 예·적금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들은 연 5%대 수익을 제공하는 미국 채권을 팔며 고금리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말 만기인 미국 국채를 연 5.22%의 수익률에, 내년 6월 만기인 국채를 연 5.04%에 각각 판매하고 있다. 단기채는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은 작지만 확실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대로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차익이 크게 나타난다.
NH투자증권도 2개월 후인 올해 10월 만기인 미국채를 연 5.562%의 수익률로 판매 중이며 올해 말이 만기인 미국채를 연 5.302%에 선보이고 있다. 키움증권 역시 2026년 4월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국채를 내놓았다. 매매 금리는 4.09%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해외 채권의 경우 수수료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잔존 기간이 1년 미만, 혹은 3년 미만인 경우 대다수 (매매금액 기준) 1.50% 이하의 수수료를 적용해 부담이 그래도 낮은 편이다.
금리 인하를 앞두고 저축은행도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자 금리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근 최대 연 12% 금리를 제공하는 ‘나날이적금(100일)’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100일 동안 매일 내면 최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회 불입금액은 최소 1000원에서 최대 3만원 정액식으로 매일 적립하는 일일 적금 상품으로 기본 금리는 연 2%에 매일 입금할 때마다 1일 1회 0.1%포인트 금리가 우대된다. 100일 동안 총 10%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지급돼 최대 연 12% 금리를 적용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6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해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에 연 3.81%(단리)에 제공하고 있고 SBI저축은행은 금융플랫폼 사이다뱅크에서 취급하는 사이다입출금(파킹통장) 금리를 0.3%포인트 올려 3.2%로 책정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금리 인하 국면에는 증시나 코인 등 위험자산으로 향하는 ‘머니 무브’가 일어나는데, 투자자들이 이달 초 증시가 갑작스럽게 급락한 경험을 갑자기 겪게 된데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안전성 있는 상품 중 금리가 높은 상품을 선별해 고르고 있는데 기준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결국 증시나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