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악마한테 감정을?…리디 ‘환멸이 그대를 삼킬지라도’

by김정유 기자
2024.06.15 06:00:00

감정으로 악마와 계약하는 판타지물
참신한 세계관, 인간의 다양한 감정 그려
진지한 이야기 속 유머코드도 눈길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리디에서 연재 중인 ‘환멸이 그대를 삼킬지라도’는 참신한 세계관이 8할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악마와 인간의 계약을 다루는 다른 판타지물들과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설정과 물 흐르듯 원활하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강점이다. 인간의 감정을 매개체로 하는 악마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도 재밌다. 판타지물이지만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만큼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다는 느낌도 적다. 몰입도가 크다는 얘기다.

‘환멸이 그대를 삼킬지라도’는 매력적인 악마와 평범한 여주인공의 계약을 그렸다. 각자의 사연으로 인간의 틈에 녹아든 악마들이 인간의 감정을 거래한다는 설정이 참신하다. 예컨대 ‘요행의 악마’와 계약을 하면 인간은 자신이 가진 운을 모두 해당 악마에게 뺏기게 된다. 이 인간은 계약 기간 동안 불행에 시달리게 되는 식이다. 유혹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감정, 그리고 이를 거래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이 웹툰은 악마의 꾀임에 속아 망가진 삶을 본래의 궤도로 되돌려 놓으려는 여자 ‘도경’과 그녀를 구원해주는 악마 ‘화명’의 서사가 스토리를 이끈다. 계약 관계로 시작한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극복하고 구원이 돼 주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 독자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악마 화명은 인간의 환멸을 먹고 산다. 변화무쌍한 화명의 매력은 내면에 깊은 상처를 입은 도경과 다양한 시너지를 낸다.

웹툰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인간들의 감정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전반적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다. 중간중간 주인공 화명 등 주요 캐릭터들의 유머러스한 행동들이 전체적인 극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느낌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지치지 않고 계속 작품을 보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작화도 상당히 개성이 있다. 악마를 인간의 모습을 유사하게 표현하되, 강렬한 색감으로 포인트를 줬다. 색감 만으로 해당 악마의 능력의 정도나 감정 등을 우회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작화 자체가 화려하진 않지만 작품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면서 독자 몰입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