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매물만 6개…보험사가 새 주인 못 찾는 이유
by송재민 기자
2024.04.19 18:50:41
[쌓이는 보험사 매물]②
MG손보·롯데손보·ABL생명·동양생명 등 산적
'6수 실패' KDB생명 대주주 산은 자회사 편입 논의
최대 3조 희망하는 롯데손보…최대 실적에도 부담 커
비은행 포트폴리오 필요한 금융지주들 '미적지근'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지난해부터 인수·합병(M&A) 시장에 보험사 매물이 줄줄이 나오고 있지만 ‘새 주인’을 찾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화정책이 변곡점에 있는데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도입한지 얼마 안되는 만큼 보험사 몸값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기 쉽지 않은 탓이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 상당수가 건전성 지표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보험사 매물이 소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6곳이다. 이 중 손해보험사로는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이 있고 생명보험사로는 △KDB생명보험 △ABL생명보험 △동양생명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2~3년 전부터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MG손해보험은 최근 3차 공개매각 예비입찰에 2곳의 사모펀드가 응찰하며 유효경쟁 요건이 성립됐다. 업계에 따르면 예비입찰에 참여한 2개사는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JC플라워로 전해진다. 다만 입찰에 참여한 데일리파트너스의 현 대표가 과거 MG손보 대표로 임명된 이력이 있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유찰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롯데손해보험 매각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매각 주간사 JP모건은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잠정 매수자에게 투자설명서(IM) 발송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은 PEF에 인수된 이후 다시 매물로 M&A 시장에 등장한 곳들이다.
이외에도 ABL생명과 동양생명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 매수자를 찾고 있다. 중국 다자보험그룹 계열사인 ABL생명은 지난해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실패했다. 다자보험그룹이 한국시장 철수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또 다른 계열사인 동양생명도 M&A 매물로 나와 물밑에서 인수자를 찾고 있다고 전해진다.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 매각을 우선적으로 해결한 뒤 동양생명 매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있어 ABL생명 매각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대주주 프랑스 종합금융그룹 BNP파리바의 보험 자회사 BNP파리바카디프가 국내 시장 철수를 추진함에 따라 매물로 나왔다. 지난 2021년 신한금융지주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지만 이미 생명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인수하지 않아 매물로 남게 됐다.
반면 KDB생명은 최근 여섯 번째 매각에 실패하고 대주주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앞서 2104년에 두 차례, 2016년과 2020년,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초 한 차례씩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산업은행이 KDB생명 지분 95.7%를 보유한 PEF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청산을 앞두고 추가 펀드 연장 대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자회사 편입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중소형 보험사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노리는 금융지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로 여겨졌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현금이 유입되는 수익원이 될 수 있고 보험료가 매출로 인식되기 때문에 초기에 이익을 내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실제 KB금융지주는 지난 2015년에는 LIG손해보험을, 2020년에는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인수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2018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을 인수하고 이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신한생명과 통합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 매물들이 쌓이는 건 높은 가격과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추가 비용 부담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대주주 JKL파트너스가 2조7000억~3조원의 매각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창사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지만 몸집 자체가 커 매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수 이후에 들어갈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KDB생명보험과 MG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이 각각 금융당국 권고치와 최소 요구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원매자 입장에선 인수 이후에도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지는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업계 일각에선 가격 협상을 위해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금융지주들 중 유일하게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지주도 보험사 인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후순위로 미뤄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보험사 매물들이 쌓여 있는 상황이 지속하면서 인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올해 보험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매각가 관련해선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