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놓고 주가 오를까봐'…다시 꿈틀대는 빚투
by김인경 기자
2024.03.11 06:00:00
신용거래융자 잔액 18.7조…올해 최대치
AI반도체·비트코인·바이오 등 테마로 신용융자 확대
"저PBR 일단락된 후, 상승장 소외될까 두려워"
주식시장 과열 속 숨고르기 주의해야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다시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 열풍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에서 수익을 얻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포모(FOMO·자신만 소외될까봐 두려워하는 현상)에 빠져 빚투를 확대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7260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의 신용거래융자는 10조313억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래 최고치로 치솟았다.신용융자잔고는 주가상승을 기대하면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신용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보통 시장에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최근 AI반도체 관련 종목의 신용잔고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주가가 65.73% 뛰어오른 한미반도체(042700)의 신용잔고는 같은 기간 398억에서 634억원으로 늘었고, 제주반도체(080220)의 신용잔고 역시 한 달 사이 8억원에서 51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비트코인이 급등세를 타며 관련주의 신용잔고도 오름세다. 우리기술투자(041190)의 신용잔고는 한 달 전만 해도 188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318억원 수준이다. 우리기술투자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아머니트리(094480)의 신용잔고도 94억원에서 114억원으로 증가했다.
바이오주의 상승세가 나타나며 알테오젠(196170)의 신용잔고는 860억원에서 1106억원으로 늘었다. 알테오젠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148.76% 오른 종목이다. 최근 미국 머크사와 체결한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 공급 계약을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전환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주가도 급등세다. HLB(028300)의 신용융자도 293억원에서 한 달 만에 323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저PBR에 대한 기대가 일단락된 가운데, 지난 상승장에서 소외된 투자자들의 포모현상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뉴욕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가상자산이나 금 등의 가격도 상승세가 더해지자 주식 투자자들의 조바심도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가 완화하고 있는 등 자산시장의 숨고르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지난 8일(현지시간) 5% 넘게 급락하며 작년 5월 이후 최대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 과열이 지속하는 가운데 추가적인 코스피 레벨업은 쉽지 않다”며 “당분간 방어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