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3.08 05:00:00
1월에 2%대로 내려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다시 3%대로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상승폭이 1월(2.8%)보다 0.3%포인트 커졌고 전월 대비로도 0.5%나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3%를 정점으로 1년 만인 지난해 7월 2.3%까지 낮아졌다. 이후 5개월 연속 3%대로 올랐다가 지난 1월 2%대로 내려왔으나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소비자물가 3%대 복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값 탓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귤이 78.2%, 사과 71%, 배도 61.1%나 올라 ‘황금귤’, ‘금사과’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들을 포함한 전체 과일값이 평균 41.2%나 올랐는데 이는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이처럼 과일값이 이례적으로 폭등한 것은 봄철 이상 저온에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수확기 탄저병까지 여러 악재들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일 수요가 폭증하는 설 연휴가 지난해 1월에서 올해는 지난달(2월 10일)로 늦춰진 것도 2월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가 다시 멀어졌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의 발빠른 대처로 지난해 7월 상승률이 2.3%까지 낮아지며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물가안정 조기 달성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2~3%대 사이에서 하락과 재상승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조기 실현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과 경기 악화를 막으려면 한은이 조기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에는 기준금리 결정의 주체인 금통위에서도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상반기 중 금리인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인하론을 꺼낼 단계가 아니다.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팽배하고 국제유가 등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다. 미국 연준(Fed)도 조기 피벗 가능성과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금리인하를 서두르다 고물가를 굳어지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한은은 물가안정을 위한 총력전을 지속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