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없이 변별력 확보한 수능…'재수생 강세' 변수

by신하영 기자
2023.11.17 03:28:16

올해 수능 국어·수학·영어 모두 까다롭게 출제
역대 두 번째 재수생 비율, 대입 변수로 부상
“수험생, 가채점 이후 수시·정시 선택과 집중”
“정시에선 수능 반영 기준으로 유불리 파악”

[이데일리 신하영·김윤정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선 주요 영역인 국어·수학·영어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재수생들의 강세가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따라 상위권 반수생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학력 수준이 향후 대입에서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서울 시내의 한 고사장에서 한 학부모가 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과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은 킬러문항 없이도 문제를 까다롭게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시험이다. 특히 국어·영어는 ‘불수능’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어렵게 출제됐다.

국어는 작년 수능보다 어려웠으며, 올해 9월 모의평가(모평)보다도 체감 난도가 높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수능에서 국어는 비교적 무난한 난도로 평가받았다. 시험 난도가 높을수록 상승하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모평에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2점으로 작년 수능(134점)보다 8점이나 상승했다. EBS 국어 강사인 윤혜정 서울 덕수고 교사는 수능 국어에 대해 “작년 수능,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했다.

수학은 ‘어려웠다’고 평가받았던 작년 수능보다는 쉬웠지만 킬러문항 대신 ‘준킬러문항’을 다수 배치하면서 변별력을 높였다. 대표적인 것이 공통과목 22번(주관식) 문항이다.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그래프를 추론, 함숫값을 찾아야 하는 문제로 상위권 변별을 위해 출제됐다.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수학에선 변별력 높은 문항을 골고루 배치했다”고 분석했다.

영어 역시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은 9월 모평과 비슷한 난도로 출제됐다. 절대평가인 영어에선 90점을 얻으면 1등급을 받는다. 교육계는 영어 1등급 비율 7~8%를 적정 수준으로 보는데 9월 모평 때는 1등급 비율이 4.37%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웠다. 다만 이번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은 이보다는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작년 수능보다는 다소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웠다”고 했다.

수능 주요 과목이 모두 까다롭게 출제되면서 재수생 강세가 예상된다.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발표되면서 상위권을 중심으로 반수·재수생 유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졸업생과 검정고시생 등을 합친 수험생 비중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대학에 학적을 두고 수능에 재도전하는 반수생 추정 규모(약8만9642명)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킬러문항 배제로 수능이 다소 쉬워질 것이란 수험생들의 기대심리와는 배치되는 상황”이라며 “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반수생들의 학력 수준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날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정답이 공개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가채점을 하는 게 좋다. 수험표 뒷면에 답을 적어서 나온 경우면 문제가 없지만,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면 시험 직후 가채점을 해야 비교적 정확하다.

가채점이 끝났다면 수시에서 지원한 대학의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가채점 결과로 정시에서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도 파악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선택의 순간이다. 정시 지원 가능 대학과 수시 지원 대학 중 어느 곳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파악할 땐 본인의 수능 영역별 가채점 점수를 대입해 유불리를 판단하는 게 우선이다. 수능 4개(국·수·영·탐)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도 있지만, 3개 또는 2개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도 있어서다. 특정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영역별 반영 비율을 달리 적용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별 수능 반영 방법을 파악한 뒤에는 본인에게 유리한 모집 단위를 찾아 따로 정리해 두자. 예컨대 국어·영어 성적이 잘 나올 것 같다면 해당 영역을 비중 있게 반영하는 대학 명단을 따로 적어두는 방식이다. 이후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본격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을 찾아 지원 대학을 결정해야 한다.

다만 올해 수능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이과 통합시험으로 치러졌기에 이에 대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통합 수능에서 국어·수학은 ‘공통+선택과목’으로 출제되고 표준점수는 보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채점은 빨리하되 결과는 보수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수시 대학별고사에 응시하기로 했다면 남은 기간 논술·면접 대비에 주력해야 한다. 당장 18일부터 경희대(서울)·건국대·숭실대·숙명여대 등에서 논술시험이 치러진다. 19일에는 인문계열의 경우 서강대·경희대(서울)·동국대·숙명여대가, 자연계열은 성균관대·경희대(서울)·동국대·숙명여대·가톨릭대(의예·약학)·경희대(국제)가 논술을 본다. 25~26일에는 이화여대·한양대·한국외대·세종대·중앙대·광운대·동덕여대 등에서 논술고사가 실시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논술의 경우 남은기간 동안 기출 문제, 사회적 이슈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답안을 작성해보는 실전 연습이 중요하다”며 “면접에선 지원 대학의 출제 경향을 고려해 본인 학생부를 기반으로 예상 질문을 뽑아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