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해금의 본질 풀어낸 셋닮의 이야기

by이윤정 기자
2023.08.14 06:00:00

심사위원 리뷰
해금앙상블 셋닮 '세 번째 이야기'
중용의 덕 지켜낸 세 연주자
3대 해금 하나처럼 자연스러워

[노은아 서울대학교 교수] 동일한 악기만으로 구성된 앙상블. 단 해금 3대로 이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지난 6월 18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펼쳐진 해금앙상블 셋닮 ‘세 번째 이야기’ 공연에서 이들은 두 곡의 위촉곡을 포함한 다섯 곡으로 세 번째 이야기를 풀어냈다.

고려시대 이후 궁중과 민간의 모든 음악장르에 고루 편성되어 삶의 애환과 신명을 노래하던 악기가 바로 해금이다. 창작음악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장르와 활발히 소통하며 영역을 확장해가는 현대화의 과정에서 악기의 한계를 넘고자 치열한 고민으로 해금연주자들은 함께 산을 넘었다. 해금은 현재 악기의 본질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고요함 속에 삶의 애환을 달래고, 자연의 재료인 팔음(八音)의 속성이 오롯이 녹아 깃든 성음으로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 온 악기다. 본질을 찾아 회기하는 그 중심에 5주년을 맞은 해금앙상블 ‘셋닮’이 있다.

셋닮은 최초의 해금 트리오 앙상블로 2018년 7월 창단했다. 실력파 솔리스트로 각자 자리매김한 세 명의 해금 연주자 김현희, 이승희, 김혜빈으로 구성된 팀이다. 해금앙상블 셋닮을 통해 독주 악기 해금과는 또 다른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고자 뜻을 모았다. 창단 이후 해금이 가지는 다양한 음색은 물론 삼인 삼색의 매력을 보여주는 앙상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해금앙상블 셋닮 ‘세 번째 이야기’ 공연 모습(사진=셋닮).
오랜 인연으로 음악의 동반자가 되어 같은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세 명의 연주자. 이들은 현대적인 테크닉도 해금답게, 투박하고도 소박한 해금의 성음에 섬세한 연주를 더해 해금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중용(中庸)의 면모로 서로를 보듬으며, 고도의 집중력으로 유연하게 해금만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자치통감(1065~1084)의 ‘덕승재(德勝才)’라는 말이 떠올랐다. 재주(才)라고 하는 것은 덕(德)의 바탕에 있어야 한다. 즉 재주가 덕을 앞지르면 안 되며, 덕으로 재주를 통솔해야 한다. 재주와 덕을 모두 갖춘, 이 세명의 연주자들은 ‘셋닮’의 이름답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닮아있었다.

숨길수록 드러나는 연주자의 역량과 공력(功力), 이는 공덕(功德)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태원, 나실인, 양승환, 김명옥, 박한규 등 다섯 작곡가의 작품을 위한 이들의 연주는 실상 활의 길이와 속력, 압력과 각도 등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음악적으로 철저히 계산된 것이리라. 그러기에 해금과 몸이 하나 되고, 3대의 해금이 마치 하나의 해금처럼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스며들 수 있었으리라.

해금이라는 악기는 독특한 음색 자체가 매력으로, 본인만의 연주법으로 개성 있게 연주하는 시대이다. 새로운 악곡에서 요구되는 어떠한 테크닉도 이제는 모두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시점, 이들처럼 더욱더 하나 되어 다시금 해금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다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해금앙상블 셋닮(사진=셋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