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소재지 선정 미적미적…지자체 속앓이
by이종일 기자
2023.04.13 06:00:00
외교부, 출범 2개월 두고 지역 못정해
대통령실 등과 협의 필요…속도 느려
대규모 인사·청사 마련 위해 장소 시급
지자체 경쟁 치열 "언제까지 해야 하나"
[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재외동포청 신설 장소 선정을 미적대며 유치활동을 벌이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인천시, 경기 고양시, 충남 천안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신설 업무를 맡은 외교부는 장소 선정 기한 등을 정해놓지 않고 대통령실 눈치 등을 보고 있는 모양새이다.
1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재외동포청 신설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본격화됐다.
| 유정복(앞줄 오른쪽서 4번째) 인천시장이 3월9일 송도센트럴파크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청·APEC정상회의 인천 유치 지지선언식에 참석해 시민원로회의 위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 인천시 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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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청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개정)은 같은달 2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월4일 공포됐다. 법 시행일은 공포 시점에서 3개월 뒤인 6월5일이고 재외동포청은 이때 출범한다.
정부조직법 공포 당시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재외동포청 신설 지역이 3월 중 정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어느 곳에 설립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외교부 산하로 설립되는 재외동포청은 기존 재외동포재단의 지원사업 업무를 이관받고 외교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이 하던 재외동포 민원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한다. 이 기관은 재외동포정책의 수립·시행, 재외동포와 재외동포단체에 대한 지원 등을 관장한다.
재외동포청의 공무원 정원은 151명(정무직 1명, 고위공무원단 4명, 3·4급 2명, 8급 이하 44명, 4급 이하 100명)이다. 외교부 공무원 28명(고위공무원단 2명, 8급 이하 15명, 4급 이하 11명)이 재외동포청으로 이체되고 나머지 직원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 공무원 파견과 경력직원 채용으로 채운다.
100명 이상의 대규모 인사와 청사 마련 등을 위해서는 장소 선정과 조직 구성이 시급하다. 법령으로 정한 6월5일 출범을 원활하게 준비하려면 이달 안에 재외동포청 소재지가 정해져야 한다. 이 상황에 외교부는 장소 선정 방식, 기한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와 대통령실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지자체 의견도 고려하고 있다. 가급적 빨리 장소를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소 선정 시점은 아직까지 정하지 않았다”며 “지자체 공모 없이 재외동포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재외동포청 설치 지역을 결정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재외동포청 유치에 나선 지자체들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제각각 우수한 입지를 홍보하며 정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선정 시기 등을 알 수 없어 속을 끓이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해외 방문을 통해 재외동포들에게 유치 의사를 표명해왔다. 또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월 윤 대통령에게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건의했고 별도로 행정안전부 장관, 외교부 장관을 만나 요청했다.
천안시는 3월 중순부터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는 천안지역 민간단체들로 구성된 유치추진위원회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토론회 등을 통해 유치 필요성을 알렸다. 광주광역시는 2월23일 외교부에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고 시민에게 재외동포청 유치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양시, 세종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서울시는 정부에 유치를 건의하지 않았지만 최근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70%가 청사 소재지로 서울을 선호한다는 결과를 고려해 서울에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외교부가 재외동포청 장소 선정 방식, 기한 등을 공개하지 않아 유치활동이 어렵다”며 “언제, 어떻게 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지자체 경쟁이 과열되며 행정력을 계속 쏟고 있어 속이 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