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된 국내 증시 상장 中 기업들…'차이나 디스카운트'에 ‘울상’

by이용성 기자
2023.03.28 05:31:0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화권 기업들이 ‘차이나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중국계 기업의 주식이 평가절하되는 현상)에 울상을 짓고 있다. 호기롭게 국내 증시에 발을 내디뎠지만, ‘동전주’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 디스카운트에 이어 지난 3년간 코로나19까지 덮친 탓이다. 증권가에선 탄탄한 실적과 함께 정보의 불분명성을 해소하면 차이나 디스카운트도 희미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018년에 상장한 중국 전통식품 기업 윙입푸드(900340)는 공모가 2000원으로 시작했지만, 이날 기준 907원으로 집계됐다. 컬러레이(900310)와 골든센츄리(900280), 로스웰(900260) 등도 각각 공모가 3800원, 3500원, 3200원이었지만, 현재는 1052원, 256원, 831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차이나 디스카운트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과거 중국기업의 부실회계 등 신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지난 2011년 상장 직후 3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 회계가 적발돼 상장 폐지된 중국의 섬유업체 기업 고섬 이후로 국내 증시에서 중국 기업은 한동안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 2016년에 크리스탈신소재(900250)와, 로스웰, 골든센츄리 등이 대거 기업공개(IPO)를 통해 잇달아 상장했지만, 이듬해 중국원양자원이 영업정지 사실을 허위로 꾸며 공시했다 적발돼 상장 폐지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 중국기업들은 국내 증시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공시투명화를 바탕으로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 펼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9월 기준 윙입푸드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든 190억원으로 집계됐다. 컬러레이와 골든센츄리의 영업이익은 각각 74억원, 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2%, 85.7% 감소했다. 로스웰의 영업이익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상호명을 변경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윙입푸드는 지난해 12월 영문명에서 ‘WING YIP FOOD CHINA HOLDINGS GROUP LIMITED’에서 CHINA를 빼고 ‘WING YIP FOOD HOLDINGS GROUP LIMITED’로 상호명을 변경했다. 회사 측은 “회사의 사업다각화를 위한 상호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트랙터 등 농기계 업체 골든센츄리는 지난 24일 임시주총을 열고, 상호를 ‘이솝 모빌리티스’로 변경하고 ‘이차전지 관련 기계 및 장비 제조업’과 ‘이차전지 분리막 사업’ 등 이차전지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지난 24일 임시주총에서 상호명 변경 건은 부결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계 기업들이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실적을 탄탄하게 갖춰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다면 차이나 디스카운트 역시 희미해질 것이라고 언급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중국기업들이 문제가 됐던 복수의 사례가 있고, 중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기업 정보에 대한 불투명성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러한 우려와 불안이 일정 부분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저평가 요소로 여전히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황 연구원은 “중국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게 되면 상법 등 여러 가지 종류의 규제를 받지만, 일반적인 규제는 중국 당국의 규제를 받는 가운데 기업 정보의 투명성과 규제의 방향성이 우리나라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증시에 상장한 미국이나 유럽 기업 등과 같이 중국기업들이 투명하게 공시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면 이러한 영역들의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