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B급 과일’ 찾는 고객 늘었다

by윤정훈 기자
2022.07.27 06:00:00

흠있는 ‘못난이 과일’ 맛있지만 가격 저렴해 판매 고공행진
롯데마트, ‘상생과일’ 올해 1~7월 누적매출 180%↑
작은 블루베리, 자두 한 입에 먹기좋아 오히려 ‘인기’
홈플러스 ‘맛난이 농산물’ 평균 30% 할인 판매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대형마트 업계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B급 과일’ 판매에 힘쓰고 있다. B급 과일은 작은 흠집이 있거나 크기가 작은 상품으로 일명 ‘못난이 과일’로 불린다. 시세보다 최대 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객이 롯데마트 수원점에서 상생자두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롯데마트)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올해 1~7월까지 판매한 참외, 자두, 사과 등 10여 가지 상생 과일(B급 과일)의 누적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80%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상생 참외는 검품시 ‘특’ 상품을 기준으로 판매하지만, 통상 6월 초에 ‘상’ 상품(껍질에 일부 흠집, 형태가 원형이 아닌 것)의 비율이 상승하는 것을 파악해 해당 상품들을 매입해 ‘상생참외’ 상품으로 판매한다.

‘상생 블루베리’와 ‘상생 자두’는 기존에는 대형마트에서 취급하지 않았던 크기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역발상’에서 시작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담당 MD가 물가안정TF와 함께 ‘대형마트에서 그동안 취급하지 않던 작은 크기의 블루베리를 판매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블루베리 주산지는 작황 부진으로 블루베리 한 알당 14㎜ 이하의 상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유통사 납품 기준에 미달돼 상품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담당 MD는 한국블루베리연합회와 수차례 만나 크기는 작지만 용량을 늘린 500g 팩 상품을 기획했다. 알의 크기만 작을 뿐 품질과 맛은 전혀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40% 가량 저렴해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이 작은 블루베리를 더 잘 먹는다는 입소문이 3040 주부들 사이에 퍼지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자두도 올해 전국적으로 개화기가 늦어지고 가뭄이 더해지면서 크기가 작은 제품이 늘어났다. 예년에는 작은 크기의 과육이 전체 재배량의 15%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5~30%까지 증가했다. 인건비·유류비 상승을 고려해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많아지면 자두 자체의 물량이 줄어들어 시세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롯데마트 로컬MD는 작은 자두 상품을 기획해서 판매할 테니 수확을 해달라고 농가들을 설득해 현재 ‘상생 자두’를 일반 상품 대비 25%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반 자두와 동일한 당도(11브릭스) 이상 인 것은 물론, 상생 자두는 한입에 먹기 좋다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홈플러스는 ‘맛난이 농산물’을 이라는 이름으로 B급 상품을 정상가보다 평균 3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1주일간 홈플러스에서 판매한 맛난이 과일 ‘맛이 예쁜 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국 134개 매장에서 사과, 토마토, 밀감 등 맛난이 과일 5종을 판매하고 있다. 당근, 오이, 무 등 맛난이 채소 8종은 10개 점포에서만 먼저 선보인다. 앞으로 농산물 종류를 확대하고 판매 점포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영구 롯데마트 신선식품1부문장은 “농가에게는 경제적 도움을, 고객들에게는 신선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상생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