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파업 60년' 토요타, 연공서열 파괴 나선 이유
by신민준 기자
2022.06.14 05:45:00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답을 찾다]노사관계 재정립②
'연공서열→성과' 임금 평가 체제 전면 개편
연령·근속 상관없는 유연한 인력 배치·승격
"급변하는 시장 환경 대응위해 개인 동기 부여"
"연공서울 높은 국내 기업 노사도 주목해야"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일본의 완성차업체 토요타는 1962년부터 60년째 무(無) 파업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노사가 한발씩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는 성숙한 노사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영향이다. 토요타는 이런 선진적인 노사 문화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토요타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평가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제도와 관행으로는 격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토요타는 2019년부터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 구축과 연령·근속에 상관없는 유연한 배치·승격 등을 추진하고 있다. 토요타의 새로운 인사·임금제도 변화는 △성과에 따른 차등보상 확대 △평가제도 개선 △자격(직급)체계 조정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토요타의 새로운 인사·임금제도의 변화는 2019년 과장급 이상의 관리직 부문에서 시작해 2020년과 지난해 주임급 이하 일반 사무직과 현장 기능직으로 확대됐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능력중심 인사와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개인의 동기부여를 혁신해야 한다는 토요타 노사의 일치된 생각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토요타는 2019년 기존 5단계로 구분돼 있던 관리자급 인력을 간부직으로 통합해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조기 성장시킬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토요타는 기존 5단계로 구분된 2300여명의 관리자층 인원을 새로운 제도에서 간부직으로 통합했다. 토요타는 또 부와 실 조직을 10%가량 줄여 관리직 인력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토요타의 관리직 직급통합으로 연공서열보다 능력 중심의 유연한 배치전환과 조기 발탁승진이 가능해졌다. 토요타는 이를 통해 고졸 사원이 공장장급 관리자로 승격하거나 40세 최연소 부장이 배출되는 등 실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토요타는 또 기본임금의 일률적인 정기승급을 폐지해 성과주의를 강화했다. 토요타의 기존 기본임금은 연공서열에 따라 매년 일률적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고정급(자격급)과 개인평가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상되는 변동급(직능급)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토요타는 이를 통합해 평가에 따라 임금이 차등 조정되는 구조(직능자격급)로 일원화했다.
토요타는 상여금의 경우 자격별 정기고과에 연동되던 기초(베이스) 항목을 축소하고 연 2회(4월·10월) 별도 개인 업적평가에 따른 가산액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이를 통해 토요타는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우수한 실적을 거둔 관리자일수록 높은 상여금 지급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됐다.
토요타는 새로운 인사제도에서 업적평가의 핵심지표로 인간력과 실행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토요타가 정의하는 인간력이란 동료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실행력은 전문성을 발휘해 기대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토요타는 지난해 2019년 간부직에 우선 적용했던 개인평가에 의한 차등적 기본임금 조정방식을 전직원에 확대·적용해 성과중심 임금체계를 전사적으로 강화했다.
토요타는 연공에 따라 일률적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직능 기준급과 평가 차등형 직능 개인급으로 이원화됐던 기본임금 결정방식을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조정하는 직능급으로 일원화했다. 토요타는 연공에 따른 자동승급분을 폐지했다. 이밖에 토요타는 일반 사무직의 평가체계를 개선해 성과가 클수록 높은 보상(승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토요타는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임금동결까지 가능하도록 유연한 보상의 토대를 마련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 “토요타의 인사·임금제도 개편의 핵심은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준다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는 토요타 노동조합이 기업의 당면 과제와 위기의식에 공감해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정책을 적극 수용하고, 혁신에 동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보다 인사·임금제도의 연공성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 노사가 주목해야 할 사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