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철따라 골라먹는 오예스

by전재욱 기자
2021.11.15 06:00:00

2016년 바나나 오예스 시작으로 11개 시즌상품
시기별 맞춤 아이템으로 `제철 식품` 수식어
10연속 4500만개 매진하며 지난해 최대실적 견인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오예스에 2016년은 위기였다. 숙명의 라이벌 초코파이에 밀려 초코 케이크 과자류 시장 점유율이 21%까지 밀린 것이다. 그때 내려온 구세의 동아줄이 바나나 오예스(그해 5월)다. 초코맛뿐이던 제품군에 새맛을 적용한 첫 사례였다. 오예스의 변신에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해 점유율이 회복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예스 시즌상품 모음.(사진=해태제과)
오예스의 변신은 여름을 기회의 시기로 돌려세웠다. 여름은 전통적으로 케이크를 비롯한 과자류 매출이 부진한 시기다. 청량감 있는 음료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케이크처럼 먹먹한 먹을거리 수요가 주춤하기 때문이다.

수박맛 오예스(2018년 출시)는 `비수기 편견`을 날려버렸다. 오예스의 촉촉한 수분기가 여름 제철과일 수박과 결합해 시너지를 냈다. 여름 매출이 10억원을 돌파했는데 케이크 과자류 가운데 이 정도 매출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전년에 나온 오예스 블러드 오렌지(2017년 7월)에서 성공 가능성을 본 데 따라 본격적으로 여름 상품을 공략한 것이다.

오예스에 여름이 아픈 손가락이었던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1984년 출시 초창기 수분 함량과 품질 변질 우려가 비례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에 일부러 수분 함량을 줄이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수분기 가득한 제품의 특질이 여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 무기가 된 셈이다.



수박맛의 히트는 미숫가루라떼맛 오예스 출시(2019년 5월)로 이어졌다. 여름에 시원하게 걸치는 미숫가루가 더위에 지친 이들의 시름을 달랬다. 450만 개 한정으로 제조한 수량이 몽땅 팔렸다.

2016년 위기의식에서 시작한 시즌 상품은 앞선 제품에 이어 노아카라멜(2018년 2월), 자색고구마 (2018년 11월), 당근케이크 (2019년 9월), 콜드브루 (2020년 9월). 딸기&바나나(2021년 3월), 민트초코(2021년 6월)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나온 10개 시즌상품은 모두 완판됐다. 450만여 개를 찍었으니 4500만 개를 넘게 판 것이다. 11번째 에디션 피넛버터(2021년 10월)도 현재 판매가 순항 중이다.

출시 시기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적적하게 선정한 게 주효했다. 겨울을 앞두고 자색고구마를, 올여름 MZ세대를 휩쓴 민트초코를 각각 낸 게 사례다. 시즌 제품이 족족 인기를 끌자 오예스는 `제철 음식`이라는 수식어를 갖기에 이르렀다.

오예스는 지난해 연 매출(532억원·닐슨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연은 초코맛 오예스겠지만 조연으로 활약한 시즌 제품의 분발을 빼놓고는 달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