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정영애 장관 “여성경제활동율 높은 나라가 출산율 높다”
by박철근 기자
2021.10.08 06:00:00
저출산 현상 극복 위해 여성경제활동 참여 확대 필요 강조
女에만 유리한 일가정양립정책...되레 여성에게 불리할 수도
1인가구 증가 따른 외로움, 우울감 문제 대응 시급
학교밖 청소년, 한부모가정 등 소외취약계층 지원사업 주력할 것
[대담= 송길호 사회부장, 정리= 박철근 기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전체적인 근로시간을 줄여 부모가 함께 돌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영애(사진)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정 장관은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웨덴의 복지정책은 1920년대 인구정책이 출발점이었다”며 “여성을 가정 내 돌봄자로 국한하지 않고 경제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개별과세를 하면서 여성을 경제활동주체로 자리매김토록 하면서 인구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각종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 보완뿐만 아니라 사회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더 늘리자는 의견도 있는데 육아휴직기간만 더 늘리면 민간기업의 경우 여성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제도지만 자세히 보면 남녀차별을 강화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들의 가치관이 결혼과 출산보다는 자신의 일을 하겠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정작 정책은 금전적·근무형태의 지원에 한정돼 있다. 이래서는 도저히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가족형태의 변화에 따른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내 1인 가구는 작년말 기준으로 전체 가구 중 31.7%를 차지한다. 1인 세대의 경우 그 비중은 더욱 커 936만여 세대(9월말 현재)를 주민등록세대 중 처음으로 40%를 돌파하며 주류 가구원으로 부상한 상태. 그는 “1인 가구가 겪고 있는 외로움과 고립, 우울감 문제 등에 대한 대응정책이 시급하다”며 “내년부터 1인 가구 사회관계망의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자기개발 및 심리·정서 상담 등 관련 사업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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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영애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나홀로 1인가구가 40%선을 넘어섰다. 지원대책을 설명해달라.
△다양한 세대의 1인 가구가 존재한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주거, 안전, 심리적·정서적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1인 가구라도 다양한 세대로 존재한다. 이에 따라 생애주기별로 지원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청년 1인 가구는 ‘자기 돌봄 관계 기술과 소통·교류 모임’을, 중장년 1인 가구는 일상에서의 ‘서로 돌봄 생활 나눔 교육’을, 노년 1인 가구는 ‘심리상담과 건강한 노년 준비 교육’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저출산 문제인데.
△저출산문제 해소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해법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고 근로시간을 줄여 여성들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다. 스웨덴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인구도 크게 늘었다. 그동안 각종 정책적 노력이 있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건 단순히 제도보완에만 급급해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선에는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일부 인구학자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적응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책임한 말이다.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어들면 우리 세대가 누렸던 각종 혜택들에 대한 부담을 우리 후손들에게 떠넘기게 되는 것이다.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민간기업의 유리천장 해소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민간기업의 경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고위직에 성별 다양성 확보를 강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법인의 성별 임원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발표해 국민들에게 성별 격차실태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고 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성별균형을 위한 인사 교육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내 성별 다양성이 증가할 경우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홍보할 계획이다.
-소위 ‘게임 셧다운제’는 현재 시대상황과 맞지 않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여가부 관련업무 중에 게임 셧다운제처럼 시대상황에 뒤처져 개선이 필요한 제도가 있다면.
△오는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을 시행한다. 이에 맞춰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법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지원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정의례법도 단순 권고규정으로 법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 헌법 가치인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으로부터 폐지 여부와 관련한 의견을 듣고 있다.
-향후 여가부가 주력할 정책은.
△한부모 가정, 학교밖 청소년 등 소외계층 지원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미 저소득 한부모가족 지원 확대를 위해 근로·사업소득의 30% 공제 기준을 지원 대상 소득에 적용했고 정책 사각지대에 있던 청소년부모 상담 지원, 1인가구 사회관계망 형성 지원을 위한 신규 추진 예산(43억원)을 확보했다. 또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등 성주류화 제도가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추진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중이다. 이를 통해 정부부처 정책에 성평등 관점이 반영되고 국민들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
-어떤 여가부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아직도 여가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여가부가 좀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틀을 잡아놓고 떠나고 싶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양성평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켜 우리 사회 삶의 질이 좀 더 높아지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1955년 경남 양산 △진명여고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화여대 사회학 석사 △이화여대 여성학 박사 △청와대 인사균형비서관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한국여성학회 회장 △서울사이버대 대학원장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한국여성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