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밥그릇 싸움'에 퇴직연금 수익률 수년째 제자리
by김소연 기자
2021.07.13 05:00:00
지난달 고용노동법안 소위 열렸지만 논의 또 연기
노동계서도 디폴트옵션 도입 긍정적 반응
잠자는 수익률 높이려면 다양한 선택지 필요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확정기여형(DC)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하는 것으로 두고 국회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다. 금융투자업계와 은행·보험업계 간 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탓이다.
디폴트옵션 도입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은 지난 1월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회부된 이후 여전히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고용노동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논의를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노총·민주노총 노동계 의견을 한 차례 들었으나 의견을 다시 듣기로 했다.
디폴트 옵션은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후 방치됐을 경우 사전에 가입자가 동의한 대로 전문기관에서 대신 운용해주는 제도다.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 시행 중이고, 일본도 최근에 시행했다.
사실 이미 디폴트옵션의 필요성에 대해 수년간 논의를 이어왔다. 디폴트옵션 도입을 담은 법안은 21대 국회뿐 아니라 이미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하다 자동 폐기됐다. 올해 처음 논의를 시작한 사안이 아닌 셈이다.
지난 2월만 해도 임시국회에서 퇴직급여법 개정안 통과가 점쳐졌으나 상황이 바뀌었다. 쟁점은 디폴트옵션 상품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하느냐’다. 야당 안은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고, 여당 안은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춰 펀드형 상품, 투자일임계약 체결 방식에 의한 유형만 포함하도록 했다.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업권 간 갈등에서 비롯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년간 1~2%대에 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도입하는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넣으면 지금과 달라지는 게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해야 한다고 맞선다.
결국 업권 간 밥그릇 싸움에 퇴직연금 수익률은 수년째 1~2%대에서 잠자고 있다. 심지어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별다른 운용역이 필요 없는 원리금 보장 상품에도 과도한 수수료를 내고 있다. DC형을 도입하지 않고 퇴직금을 받았던 과거가 오히려 나을 것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노동계에서도 다양한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디폴트 옵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디폴트옵션 운영을 선택하더라도 근로자가 언제든지 옵트아웃을 통해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 저금리 시대 노후대비를 위한 퇴직연금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만큼 그에 맞는 법안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