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콕’] 미로같은 골목, 개성 가득한 상점 속으로

by강경록 기자
2020.05.09 06:00:00

한국관광공사 추천 5월 가볼만한 곳
강원도 원주 미로예술시장

골목길과 시장의 만남, 미로예술시장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길 잃는 것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야. 우리는 지금 세상을 탐험하는 중이야.” 카트린 파시히와 알렉스 숄츠는 《여행의 기술》에서 길 잃기를 독려하며 “길을 잃어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무 길이나 일단 가보기, 다른 데 정신 팔고 가기, 의도적으로 다른 길 들어서기 등 책에서 본 독특한 여행의 기술을 실행에 옮길 장소를 물색한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과 개성 있는 상점이 늘어선 시장의 합, 원주 미로예술시장으로 낙점!

미로 같은 골목길이라 시장 구경이 더 재미나다.


◇입구부터 길 잃기 쉬운 ‘미로예술시장’

친절한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에 장착된 요즘은 길 잃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원주중앙시장 2층에 있는 미로예술시장은 입구부터 찾아 헤맬지 모른다. 원주중앙시장은 1970년 건립한 2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재건축 없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1층과 2층은 안팎의 여러 계단을 통해 이어진다. 지정된 출입구가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 시장 1층에서 눈에 보이는 아무 계단이나 올라가면 된다.

원주중앙시장 1층과 2층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1층은 주단 가게와 옷 가게, 음식점 등이 모인 전통시장이고, 2층은 카페와 공방, 문화 공간이 어우러져 뉴트로 분위기가 풍긴다. 원주중앙시장은 자유시장, 중원전통시장 등 여러 시장과 이어지고 번화가인 중앙로문화의거리와 맞닿아, 전성기만 못한 시절에도 손님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1층에 국한됐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져 방치된 2층은 2010년대 들어 ‘예술로 연주하는 중앙시장’ 레지던스 사업이 진행되고, 문화 관광형 시장과 청년몰 사업에 선정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로예술시장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때부터다.

미로예술시장과 어울리는 업사이클링 카메라 자판기


시장은 이름처럼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어지고, 오래된 가게와 최근 들어선 가게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시장 구경에 빠져 이리저리 무작정 걷다 보면 막다른 길에 이르기도 하고, 왔던 길을 다시 지나기도 한다. 이곳에서 효율적인 동선 따위는 필요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보는 게 미로예술시장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골목은 광장이나 큰길로 이어지게 마련.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골목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중앙광장에 이른다. 시장은 중앙광장에서 4개 동으로 뻗어간다. 각 동은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가동은 오래된 양복점이나 금은방이 눈에 띄고, 다동은 체험 공간이 다양하다. 라동은 SBS-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음식점이 모여 있다. 나동은 2019년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대부분 영업을 못 하는 상태다.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며 소소한 재미를 찾아보자.


◇시장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 찾기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숨은 재미를 찾아보자. 미로예술시장의 마스코트인 고양이와 생쥐 그림이나 조형물도 그중 하나다. 각 동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반기는 마스코트와 만난다. 실제로 고양이가 많이 다니던 곳이라 고양이를 마스코트로 삼았다. 이를 증명하듯 지금도 간혹 길고양이가 눈에 띈다. 군데군데 상인들이 고양이를 위해 마련한 먹이와 화장실도 있다.

우연히 들어선 길목에서 독특한 자동판매기를 발견한다. 음료나 과자가 아니라 일회용 카메라와 필름을 파는 자판기다. 이 자판기가 시장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필름 카메라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과 업사이클링이라는 포인트 때문이다. 일회용 카메라지만 세심한 작업을 통해 여러 번 다시 사용한다. 자판기 속 카메라는 디자인과 종류가 다양하고 흑백 카메라도 있다.



자판기에서 카메라 하나를 뽑는다. 필름 감는 레버를 드르륵드르륵 돌려본다.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다. 1970년 건립해 세월의 흔적을 담뿍 머금은 시장은 필름 카메라에 담기 딱 좋은 피사체다. 필름을 다 채운 카메라는 자판기 옆 카페 ‘동경수선’에 맡긴다. 자판기를 운영하는 이곳에 카메라와 케이스를 반납하면 다 쓴 필름으로 만든 상품을 선물로 준다. 필름은 현상과 인화는 물론, 스캔해서 온라인상으로도 볼 수 있다.

산수화 같은 풍경 속을 달리는 원주레일파크


◇미로처럼 숨은 원주의 보물을 찾다

원주에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한 명소가 또 있다. 중앙선 폐선 구간에 들어선 원주레일파크다. 간현역과 판대역 사이 7.8km를 오가는 코스로,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으로 갔다가 레일바이크를 타고 돌아온다. 레일바이크 이용 구간은 대부분 내리막이라 힘들지 않다. 섬강, 소금산 등이 어우러져 산수화 같은 풍경과 테마별로 꾸민 터널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원주소금산출렁다리도 한눈에 잡힌다.

원주를 대표하는 치악산은 주봉인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향로봉, 남대봉, 매화산 등 높이 1000m가 넘는 여러 고봉이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치악산 자락을 따라 걷는 치악산둘레길은 현재 1코스 꽃밭머리길(11.2km), 2코스 구룡길(7km), 3코스 수레너미길(14.9km)이 개통했다. 1코스에서 국형사, 관음사 등 고찰과 비경을 만난다. 2코스에는 이 일대 주민이 장터나 학교를 오가던 옛길이 있다. 3코스에는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길이 포함된다. 코스마다 스탬프북 보관함과 스탬프인증대를 설치했다.

원주8경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구룡사도 치악산에 들어앉았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당시 아홉 마리 용의 전설과 연관 있다 하여 구룡사(九龍寺)라 했으나, 조선 시대에 절 입구 거북바위의 기운을 담는 뜻에서 구룡사(龜龍寺)라고 이름을 바꿨다. 치악산 품에 안겨 풍치가 좋고, 주변으로 황장목숲길과 구룡소, 세렴폭포 등 볼거리가 있다.

치악산 품에 안긴 구룡사


◇여행메모

△여행코스= 치악산둘레길→구룡사→미로예술시장→숙박→간현관광지→원주레일파크→뮤지엄 SAN

△가는길= 중앙고속도로→남원주 IC→원주 방면 오른쪽→단계지하차도에서 횡성·원주 IC 방면 지하차도 진입→단계택지사거리에서 평창 방면 우회전→지하상가사거리에서 남부시장·KBS·강원감영 방면 우회전→중앙시장길 방면 좌회전→미로예술시장

△잠잘곳=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로 시청로의 ‘호텔K’가 있다. 지정면에는 오크밸리리조트가, 문막읍에는 베니키아호텔 문막이 있다.

◇먹을곳= 미로예술시장 내 어머니손칼국수에서는 손칼국수, 동경수선에서는 밀크티, 자매제과에서는 다쿠아즈, 자유시장의 신혼부부에서는 떡뽁이와 돈가스가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강원감영, 원주소금산출렁다리, 원주한지테마파크, 박경리문학공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