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압승 원인 ‘코로나 호평’…文정부, 재집권 청신호

by신민준 기자
2020.04.16 00:00:00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 4번 연속 승리
정부 코로나 대응 해외 호평에 국가 위상 상승 영향
세월호 텐트 막말 등 제1야당 자중지란도 한몫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민심이 정권 심판 대신 국정 안정을 선택한 셈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20대 총선부터 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번 연속 승리한 정당이 됐다.

전 세계를 뒤엎은 코로나19 탓에 이번 총선이 경제문제 등 지난 3년간 문재인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보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 평가로 변질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경제실정 등을 내세운 정권 심판론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데다 선거 막판 세월호 텐트 막말 등 설화(舌禍)가 잇따르면서 사실상 자멸한 점도 한몫했다. 민주당의 승리로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국정 운영에 청신호가 커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압승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 △제1야당의 설화 등 자중지란(自中之亂)△제3 정당의 부재다. 올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코로나19는 발생 초기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민주당에 불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때 중국에 이어 확진자 수가 세계 2위였던 우리나라의 확산세는 누그러졌지만 방역에 실패한 미국과 스페인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무서운 속도로 증가했다. 지난 15일 기준 세계 확진자 수 1위는 미국이며 우리나라는 23위다. 특히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빌게이츠 등 해외 언론과 유명인사들의 호평이 잇따르면서 국가 위상이 상승했다.

이는 곧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로 반영됐다.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6일 발표한 (TBS의뢰, 3월 23~25일, 성인 1518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각각 52.5%, 45%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합당이 원내 1당을 견제하는 대안정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점은 또 다른 이유다. 통합당이 지난 2월 5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출범했을 때 만해도 민주당 내에서는 ‘허를 찔렸다’며 원내 1당 사수에 대한 위기감이 컸다. 하지만 이후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미래한국당 대표가 교체되면서 일단락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면서 보수층 결집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선거 막바지에 통합당 후보의 ‘늙으면 다 장애인’·‘세월호 텐트’ 막말 파문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층 표심이 상당수 진보 진영으로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선거 전 마지막 주말 여권 일각에서 ‘범진보 180석’ 전망을 내놓으며 보수 진영에 ‘오만한 여당’ 공세 빌미를 제공했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겸손’을 강조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 역풍의 확산을 막았다는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20대 총선과 달리 거대 양당을 견제할 제3 정당이 없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20대 총선 당시 38석을 얻으면서 거대 양당의 표를 분산시켰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제3 정당의 역할을 해야 할 민생당과 정의당이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승리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적 지원을 받아 정부가 구상하는 정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사법개혁’에 좀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된다. 이르면 7월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여권 성향의 공수처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은 경제와 안보 등 문재인 정부 정책 심판 개념이 컸지만 코로나가 다 덮어버렸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끌어안을 대안정당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도 여당의 승리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