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팔라듐 가격도 코로나에 꺾였다
by김윤지 기자
2020.03.06 00:10:00
中자동차 시장 위축에 고점 대비 -12.46%
“이미 투기 영역…장기 투자 신중해야”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코로나19가 ‘날던’ 팔라듐도 잡았다. 원자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만 팔라듐은 최근 3~4년 동안 가격이 끝없이 올랐다.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자동차 매연 감축 촉매 원료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팔라듐 가격이 이달 들어 주춤하고 있다. 펀더멘탈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일시적인 조정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부터 이미 투기 영역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팔라듐은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종가 기준(이하 동일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 27일 대비 12.46% 떨어진 온스당 2402.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하루 8.59% 하락을 시작으로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5.86% 올랐지만 최근 1주일 사이 그래프가 뚝 꺾였다.
가격 변동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포착된다. 이날 ‘KBSTAR 팔라듐선물(H)’은 지난달 말 대비 9.55% 내린 1만5150원에 마무리됐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즈에서 발표하는 ‘S&P GSCI Palladium Excess Return Index’를 기초지수로 하는 ETF로, 지난 9월 상장했다. 이후 월 기준 매달 등락률 플러스(+)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19.86%, 2월 21.20%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팔라듐 가격 조정으로 이달 처음으로 손실을 냈다. 가격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ETF는 이달 9.06% 수익률을 기록했다.
팔라듐은 최근 가장 ‘핫’한 귀금속 중 하나다. 지난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금 가격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지만 팔라듐의 상승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8년 말 1253.90달러에 불과했던 팔라듐 가격은 1909.10달러로 52.25% 치솟았다. 4년 전 온스당 500달러도 안됐지만 4년 사이에 5배 이상 올랐다.
팔라듐은 은백색 금속으로, 80%가 차량 매연저감 촉매용 원료로 사용된다. 그만큼 자동차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최근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배기가스 규제가 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투자처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오는 6월부터 유럽에 준하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적용할 것(차이나6)으로 알려지면서 올 들어 가격이 더욱 치솟았다.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편중된 공급, 그중 남아공의 잦은 전력 부족 사태는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원인이었다.
그랬던 팔라듐의 발목을 코로나19가 잡았다. 상승 원인이었던 중국이 또 원인을 제공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춘제를 기점으로 조업을 일시 중단했고, 그 결과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2월 자동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80% 줄어들었다. 20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자동차 수요가 줄면서 팔라듐도 가격 조정이 찾아온 셈이다.
팔라듐 가격의 방향성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자동차 시장을 살리고자 중국 당국이 배기가스 배출 기준 적용 시기를 늦춘다면 올해 상승분을 반납하면서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지 않다면 펀더멘탈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다시 회복할 수 있다”면서 “‘차이나6’ 연기 여부가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나치게 가격이 오르는 등 투기의 성격이 강해져 가격 변화를 수급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심리 위축이 주된 이유”라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긴급 인하했는데, 시장 분위기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 선호로 돌아선다면 언제든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선 매연저감 촉매가 필요 없는 신에너지차로 가고 있기 때문에 팔라듐의 수급 불균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