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부진·노조 리스크·美 관세폭탄…한국 자동차 산업 ‘三重苦’
by이소현 기자
2019.02.11 06:00:00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 급한데
경직된 고용에 구조조정도 힘들어
[이데일리 이소현 김상윤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연초부터 ‘삼중고(三重苦)’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비용-저효율’ 고착화에 따른 생산경쟁력 상실로 3년 연속 자동차 생산이 감소한 상황에서 강성노조는 잇단 파업으로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고, 미국은 수입차 ‘관세 폭탄’ 부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후방 산업과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와 부품산업의 후진은 국가 경제에도 직격탄이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었지만 3년 만인 2018년 2계단 떨어진 7위로 주저앉았다. 2016년 인도에 밀린데 이어 작년에는 멕시코에 추월당했다. 작년 국내 자동차 생산은 내수와 수출이 동반으로 부진해 400만대에 턱걸이했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세계 10대 생산국 중 3년 연속으로 생산이 줄어든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국내 자동차 회사는 해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노조 리스크’에 갇혔다. 국내업체 중 판매량이 가장 많은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 공장’을 반대하는 노조집행부가 최근까지 파업을 한데 이어 총력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018년 임단협이 지연돼 28차례 부분파업을 단행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작년 2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한국GM은 생산물량 조정과 직원 생계지원금을 놓고 내내 노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 압력이 현실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갈수록 늘어나는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자동차 관세 폭탄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완성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에도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이 주요 대상이지만, 한국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미국은 미래차 기술에 대해서도 ‘무역장벽’을 칠 가능성도 있어 자동차 업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재편을 하겠다는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연초부터 악재가 이어지며 올해 생산량이 400만대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입장에서는 실적 악화가 불 보듯 뻔한 데, 고용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아 구조조정은 꿈도 못 꾼다. 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 해외 자동차 업체와는 전혀 딴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