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정년 '60세→65세'…대법 29년만에 판례 바꾸나

by한광범 기자
2018.11.06 00:10:00

대법, 관계기관 12곳에 의견서 요청…29일 공개변론
손해배상액 기준…하급심서 ''정년 65세'' 판결 증가세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능 연한(가동연한)을 현재의 만 60세에서 65세로 변경할지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법원이 오는 29일 전문가 4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5일 대법원은 오는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청사 대법정에서 가동연한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래 만 55세로 보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상향한 이후 현재까지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하급심에선 평균수명 증가, 경제 수준과 고용조건 등의 변화를 근거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하는 판결이 증가하고 있다.

판례와 다른 하급심 판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8월 법리 통일과 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두 가동연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이후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달 고용노동부, 통계청, 대한변호사협회, 금융감독원, 근로복지공단 등 12개 단체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아울러 공개변론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전문가 참고인 4인도 선정했다. 공개변론에 출석 예정인 전문가 참고인은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신종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박상조 손해보험협회 법무팀장 △최보국 한국손해사정협회 연구위원이다.

대법원이 통상적으로 변론 후 3~6개월 사이에 판결 선고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가동연한 변경 여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르면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동계 등을 중심으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대법원 판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급심에서는 지난 2016년 12월 수원지법과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재판장 김은성)는 지난 5월 버스 교통사고 피해자 한모씨 등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보고 배상액을 산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대부분은 가동연한으로 인정되는 나이와 실질은퇴연령에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그 치아가 심각하게 벌어진 수준으로서 법원이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경험칙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이제 65세까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OECD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며 “일반 직장인은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하더라도 최소 10년 이상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60세 가동연한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경비원 등 감시단속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상당수가 60세 이상이고 공사현장에서도 60세 이상 인부를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과의 상당한 괴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양상태와 의료기술 발전으로 단순히 60세가 넘은 것만으로는 노인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노인으로서의 각종 입장료, 지하철 요금 면제 혜택 등도 모두 65세부터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