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북 시대]③김사인 원장 "소수 언어권 전문 번역 늘어야"

by이윤정 기자
2018.08.28 00:31:15

한강 ''맨부커상'' 수상 이후 번역 건수 늘어
한국문학 역동성, 세계 독자에 감동 선사
전문 번역가 수 부족…처우도 열악한 실정
"터키·몽골어도 전문 번역가 양성해야"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한국문학의 잠재력과 좋은 번역가들의 숨은 기여가 있었기에 ‘K북’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최근 번역원 지원 작품의 해외 문학상 수상 소식도 연이어 들려오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사진=한국문학번역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국문학을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번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뉘앙스가 조금만 달라도 원작의 내용이 다르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영어·프랑스어·중국어 등의 언어로 한해 100여권이 넘는 책을 번역해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김사인(62)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올해 3월 문인 출신의 첫 번역원장으로 관심을 모으며 취임했다. 김 원장은 “번역원은 단순히 한국어로 된 문학 텍스트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문학의 위치를 끌어올리는 한국 문학의 외교총괄부로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전후로 전 세계가 한국문학을 주목하면서 번역원의 업무도 이전보다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해외출판사가 자체적으로 한국문학과 출간 계약을 체결한 후 번역지원을 요청하는 건수가 3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국제 출판시장에서 한국문학이 상업적으로도 매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확실한 지표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구의 문학은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새로운 문학적 양식을 창조해내고 뛰어난 미적 성취를 이뤘지만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그 활력이 이전만 못하다. 그 결핍 부분을 한국을 비롯한 주변부 언어권의 문학이 채워주고 있다. 그간 한국 사회는 경이로운 규모와 속도의 변화를 경험했고, 숨 가쁜 변화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갖고 있기도 하다. 특히 한국 문학은 한국적이라 할 만한 독자성과 역동성을 간직하면서도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일종의 세련미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점들이 외국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다.



△현재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주요 언어권에서도 출간 경험이 풍부하고 신뢰할만한 문학 번역가가 채 스무 명이 되지 않는다. 한국문화를 친숙하게 느끼고 더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참고할만 한 다국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 못해 안타깝다. 400쪽 분량의 소설책 한권을 영어로 번역하면 500만원도 안 되는 번역료를 받는데, 이마저도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번역가의 처우와 작업 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는 양질의 번역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그동안 미진했던 소수 언어권에서의 문학 전문 번역가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번역원에서는 ‘번역아카데미’를 통해 7개 주요 언어권(영, 불, 독, 서, 러, 일, 중)을 대상으로 번역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보다 많은 언어권으로 교육과정이 확장돼야 한다. 번역가 발굴과 양성은 국가경쟁력을 위한 장기적 과제로 설정하고 꾸준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터키·몽골어 등 소수 언어권의 경우 전문 번역가가 부족해 영어에서 현지어로 중역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또한 고전문학 전문 번역가 부족으로 인해 현대문학이 주로 번역되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전통시대의 한국문학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하고, 한반도 전역의 문학과 동포들의 문학적 성과를 알리는 것도 번역원의 역할이다. 국내외 출판인, 작가, 번역가들의 모임인 ‘한국문학 쇼케이스’, 교차 언어 낭독회 ‘역:시’ 등의 행사들을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일곱 번째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열린다. 세계 각국의 문학 작품을 통해 교감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