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8.06.12 06:00:00
지방선거 운동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혼탁 양상이 가열되고 있다. 후보자들 간의 무분별한 정치 공세와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소모적인 고발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유권자들에게 있어서도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들의 자동음성 전화가 때를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바람에 ‘유세 공해’의 피로감에 시달리는 처지에 이르렀다.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사전선거 투표율이 최종 20.14%로 집계돼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해도 실제로는 불신감만 쌓이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건전한 공약 대결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게 아쉽다. 이번 선거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판문점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맞물리면서 불가피하게 초래된 현상이지만 정치권 스스로의 타개책도 부족했다. 더구나 후보들마다 일률적으로 ‘퍼주기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니, 차별화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그러한 공약들이 열악한 지방재정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이다. 얄팍한 계산을 앞세워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후보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아무리 의혹을 제기해도 검증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도 안타깝다. 영화배우 김부선씨와의 연인관계 사실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사자 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사실 관계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두 사람 사이의 중재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에 정태옥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인천·부천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지역 민심을 흔들어 놓았다. 대변인 사퇴와 함께 자진 탈당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투표일이 내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은 아직 후보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선거 공보나 길거리에서 전달받는 명함만으로는 인물 됨됨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후보마다 큰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 마당에 어차피 누구를 찍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 만하다. 선거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는 ‘깜깜이 선거’로는 지역 민심을 대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