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바이오시밀러]②돈·시간 더 들지만, 먼저 개발하면 '승자독식'

by강경훈 기자
2018.05.23 00:11:32

과학기술 발달로 바이오의약품 개발 늘어나고
특허 만료되면 시밀러 시장 자연스레 커져
램시마·베네팔리 퍼스트 무버 효과 누려
기술 평준화로 업체 늘면 경쟁 치열해질 수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관련 분야에 잇달아 진입하고 있다. 정부도 바이오시밀러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국내 생산 200억달러 △국산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시장점유율 22% △수출 100억달러 △고용 12만명 △글로벌 기업 5개 달성을 목표를 내걸었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이다. 화학적 의약품은 분자구조가 단순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화학구조가 완벽히 일치하는 복제약(제네릭)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은 살아 있는 동물의 세포나 단백질로 만들고 분자구조도 복잡해 완벽하게 동일한 복제약을 만들 수 없다. 사람이 모두 생김새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은 ‘비슷하다’는 의미인 ‘시밀러’(similar)를 쓴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 이어 종근당·LG화학 등 진출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은 같은 복제약이긴 해도 부가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업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제네릭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평균 3년간 100억원이다. 이렇게 만든 제네릭의 평균가격은 제품당 30달러 수준이다. 수 많은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가 끝나기 2~3년 전부터 준비를 하기 때문에 특허만료와 함께 수십종의 제네릭이 쏟아져 나올 만큼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평균 6년간 2000억원 이상 투자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또 기술장벽이 높아 제네릭과 비교해 경쟁이 심하지 않다. 바이오시밀러는 평균가격이 제품당 3000달러 수준이다. 제네릭보다 100배 정도 비싼 셈이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3년 세계 최초 항체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출시하며 당시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램시마는 ‘레미케이드’(존슨앤드존슨)가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특히 램시마는 유럽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기록, 레미케이드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셀트리온은 이어 각각 ‘허셉틴’과 ‘리툭산’(이상 로슈)의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와 ‘트룩시마’도 상용화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는 셀트리온보다 첫 제품은 늦었지만, 현재 셀트리온(3종)보다 많은 4종 제품을 상용화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인다. 에피스는 각각 레미케이드와 ‘엔브렐’(암젠)의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와 ‘베네팔리’와 관련, 2015년 하반기에 식약처로부터 잇달아 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들 제품은 이듬해 상반기에 유럽에서도 승인을 얻었다. 에피스는 이어 각각 ‘휴미라’(애브비)와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임랄디’와 ‘온트루잔트’까지 상용화하면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상용화했다.

셀트리온과 에피스에 이어 종근당(185750), LG화학(051910) 등 제약사들 역시 최근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따라 앞으로도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진입하는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컨설팅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3년 9억달러(약 9596억원)에서 2016년 43억달러(약 4조 6000억원)로 3년새 5배 정도 커졌다. 관련 시장은 2020년에는 304억달러(약 33조원), 2026년에는 800억달러(약 84조 4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이유는 1990년대 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한 바이오의약품 특허 만료가 최근 잇따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2022년까지 특허를 만료하는 바이오의약품 수는 28종에 달한다. 희귀난치성질환이나 암을 중심으로 바이오의약품이 계속 개발되는 점도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유럽에서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6341개 중 절반 이상인 3354개(52.89%)가 바이오의약품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유전공학이나 항체기술,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종류가 계속 늘고 있고 개발도 활발하다”며 “이런 약들도 특허를 만료하면 바이오시밀러가 나오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신약처럼 ‘승자독식’ 시장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대한 근거는 또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각 국가가 당면한 의료비 부담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 아이큐비아는 202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사용으로 절감할 수 있는 전 세계 의료비는 1100억달러(약 12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시밀러는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 유럽은 현재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유럽은 대부분 공공의료시스템을 도입해 의료비 절감에 민감하다. 때문에 의학적 효과와 안전성이 동일할 경우 오리지날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독려한다. 셀트리온(068270) 관계자는 “램시마가 유럽 출시 4년만에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것은 바이오시밀러에 관대한 분위기도 한 몫 했다”고 말했다.

사보험시스템인 미국 역시 최근 의료비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우대정책을 추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바이오시밀러 장려를 포함한 다양한 약가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사용을 장려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FDA 허가를 기다리는 국내 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신약과 마찬가지로 ‘승자독식’ 시장이다. 먼저 출시한 제품이 오리지널 의약품 대항마로 자리잡는 것. 대표적인 경우가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에피스의 베네팔리다. 특히 램시마는 현재 유럽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퍼스트무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반대로 램시마보다 3년 정도 늦게 출시된 플릭사비, 베네팔리보다 1년 5개월 늦은 ‘이렐지’(산도즈) 매출은 현재까지 미미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과 에피스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와 관련, 각각 허쥬마와 온트루잔트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트루잔트는 지난해 11월, 허쥬마는 올해 2월 유럽에서 각각 승인을 받아 올해 상반기에 출시됐다.

이밖에 2022년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이 예상되는 바이오시밀러는 전 세계적으로 64개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인 바이오시밀러가 400개 이상인 것으로 추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국내외 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