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거나 뺏기거나”…격화하는 이커머스 ‘치킨게임’

by박성의 기자
2017.06.02 05:30:00

쿠팡 입지 흔들리자, 티몬·위메프 ‘점유율 뺏기’ 혈안
“이베이만 돈 버는데"…소셜 3사 ''출혈경쟁'' 돌파구 요원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우리만큼 미래를 위해 많이 투자하는 이커머스 기업은 없다.” (쿠팡 관계자)

“투자는 ‘사이즈’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가성비 높은 사업을 노리겠다.” (티몬 관계자)

“핵심은 가격이다. 소비자는 최저가에 끌리게 돼 있다.” (위메프 관계자)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이커머스 기업 쿠팡·티몬·위메프 3사 간 ‘두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매출액 규모에서 티몬과 위메프를 압도하던 쿠팡이, 최근 발생한 ‘쿠팡맨 사태’ 등으로 브랜드 신뢰도에 균열이 가면서 티몬과 위메프가 인수합병(M&A)과 인프라 확장 등을 앞세워 틈새 공략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라는 ‘유통 공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꽉 쥐고 있는 가운데, 소셜커머스 간 ‘치킨 게임’이 격화할 경우 3사 모두 적자 경영을 탈출할 반전 틀을 마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쿠팡)
이커머스 시장에서 순항하던 쿠팡이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해 기록한 565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도 문제지만, 추락한 브랜드 신뢰도가 걸림돌이다. 도화선은 쿠팡이 자랑하던 자체 배송인력 ‘쿠팡맨’이다. 쿠팡이 배송인력이 계약직이라는 점을 악용해 ‘인력 물갈이’를 상습적으로 진행했다는 전·현직 쿠팡맨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쿠팡이 내세우던 ’혁신’과 ‘정직성’에 금이 갔다.

여기에 쿠팡이 전국 16개의 물류센터의 운영비를 ‘줄일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업계 전망이 나오면서, 쿠팡의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에도 물음표가 찍혔다. 쿠팡 측은 “회사의 로드맵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최근 물류담당으로 해외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헨리 로 수석부사장이 경질된 탓에 쿠팡 내부 분위기도 급격히 가라앉았다.

쿠팡 그늘 아래 놓여있던 티몬과 위메프는 반색하고 있다.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쿠팡을 애용하던 소비자 중 상당수가 ‘안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탈한 ‘쿠팡 팬’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비보에 들뜨지 말자는 게 내부 분위기”라면서도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의 입장은 명확하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잡음은 성장 중 발생하는 필연적인 ‘부작용’, 그리고 근거 없는 ‘루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즉, 이 같은 사태 탓에 전략을 선회하거나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쿠팡이 궤도 수정을 거부한 가운데 티몬과 위메프는 쿠팡의 그늘 밖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티몬은 스타트업 인수와 서비스 확대를 통해 기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티몬은 지난 19일 항공권 예약서비스 강화를 위해 스타트업 기업인 플라이트그래프를 인수했다. 또 신선식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티몬프레시’ 서비스를 도입하고 최근 신선 식품 예약배송 대상 지역을 서울 17개 구에서 위례, 분당 등 경기도 일부 지역까지 확대했다.

티몬 관계자는 “항공권과 신선식품은 부가가치가 높아 수익구조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사업 외연이 넓어지면 트래픽도 늘어나게 된다. 즉, 항공권을 구매하러 들어왔다가 다른 물품을 사는 고객들도 늘게 되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메프는 낮은 가격을 실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즉, 무리한 사업확장 보다는 기업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20대 청춘을 위한 ‘100원딜’, 생활·주방 19개 협력사들과 함께 ‘기부美 데이‘ 등 이색행사를 개최하면서 소비자와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보다 가격이 특별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쿠팡, 티몬, 위메프 3사 간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프라 확장, 최저가 실현, 기업 인수합병 모두 미래를 위한 투자인 동시에 ‘손실’이다. 즉, 투자비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언더독’(상대적 약자)이나 사세가 비등한 경쟁업체가 아닌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영토를 넘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베이의 입지가 너무 공고한 게 문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꽉 쥐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대부분이 적자 늪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은 8633억 원, 영업이익 67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쿠팡, 티몬, 위메프 3개 업체의 적자 규모 총합은 7731억 원에 달한다. 즉, 소셜커머스 3사가 ‘제살깎아먹기식’ 투자를 하는 사이, 이베이는 방어도 공격도 가능한 ‘실탄’을 쌓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국내 온라인쇼핑사이트 순 방문자(UV) 추이도 심상치 않다. 롯데·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가 온라인쇼핑 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기존 6대 온라인쇼핑을 찾는 고객이 줄었다. 지난 4월 6대 온라인쇼핑사이트(G마켓·11번가·옥션·쿠팡·위메프·티몬)의 전체 순 방문자 수(닐슨 코리안클릭 집계)는 8486만297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2% 감소했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 평균 월 방문자 수 1위는 G마켓(1930만1005명)이 차지했으며, 이어 11번가(1879만6319명)·옥션(1549만139명)·위메프(1130만7096명)·쿠팡(1028만1392명)·티몬(991만2374명)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