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5.04.28 06:00:00
[김성일 KG제로인 연금연구소장]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100조를 넘어섰다. 그동안 퇴직연금제도와 관련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많은 노력 덕에 얻게 된 결과다. 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과연 우리는 퇴직연금제도의 진정한 발전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퇴직연금제도가 그들만의 제도, 즉 퇴직연금사업자와 퇴직연금 가입기업인 사용자들만의 것이 되고 말았다. 퇴직연금제도가 존재해야 할 본질적인 이유는 근로자 혹은 가입자들의 노후복지를 위한 것인데 퇴직연금시장이 커지면서 확정기여형과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에서 가입자들이 점점 더 소외된 상황에서 운용되고 있다.
이처럼 사업자들과 사용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도가 도입되고 운용되다 보니 정말 이 제도를 통해 노후를 준비해야 할 가입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거의 모르고 있는 설정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입자교육의 부진이다. 가입자교육은 사용자의 책무지만 현재 대부분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위탁하고 있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이 교육을 하려고 해도 장소·시간·업무방해·가입자 무관심 등으로 효과적인 교육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위탁받은 사업자들은 교육을 해야하니 할 수 없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서면교육이나 이메일 교육밖에 안 되는 것이다.
둘째, 퇴직연금 마케팅의 부재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많은 인력과 노력을 기울여 퇴직연금에 가입도록 하고 있지만 영업은 있고 마케팅은 없는 게 현실이다.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고객가치 창조다. 그런데 현재의 실적에 급급해 사용자들의 담당자, 혹은 의사결정자들과 주로 의사소통하고 가입자인 근로자들은 소외된 것이다.
물론 사업자들도 가입자들과 만나 교육도 하고 싶고 고객만족도 높이고 싶은 욕구와 의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장기적 관점의 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가입자를 중심에 두고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이 이야기한 ‘마케팅 마이오피아(Marketing Myopia·근시안적 마케팅)’가 우리 퇴직연금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 마케팅은 ‘가입자들의 노후행복 촉진’ 사업이지 현재 적립금 규모의 순위 사업이 아니다. 사용자들도 퇴직연금제도가 마지못해 시행하는 제도가 아닌 근로자들의 ‘노동행복촉진’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제도를 다시 한 번 봐야 할 것이다. 관계 당국도 퇴직연금제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층 복지제도의 완성이 아니라 ‘국민이 잘살아 국가 가치가 촉진’되는 핵심 제도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