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부동산]반값 중개보수, 왜 신규 계약만 해주나요?

by박종오 기자
2015.04.17 05:3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2012년 가을 주택시장이 일대 혼란이 빠졌다. ‘반값 취득세’ 때문이다.

정부는 그해 ‘9·10 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연말까지 집을 사면 취득세를 절반으로 깎아주기로 했다. 신규 취득한 주택의 ‘잔금 지급일’과 ‘등기일’ 중 빠른 날이 9월 24일 이후라면 세금을 반만 내라는 것이다. 그러자 그전에 주택 잔금을 치른 계약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최근 이와 비슷한 논란이 또 불거지는 모양새다. 이번엔 부동산 중개 보수(옛 중개수수료)다. 정부 방침에 따라 매매가격 6억~9억원, 임대차 3억~6억원 등 일부 구간의 중개 보수 요율 상한이 서울의 경우 지난 14일부터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른바 ‘반값 중개 보수’다.

문제는 이 반값 중개 보수의 적용 기준이 취득세 감면 때와 같은 잔금 지급일이 아닌 ‘계약 체결일’이라는 점이다. 서울에서는 14일 이후 부동산 거래 계약을 신규로 맺은 경우에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보다 며칠 앞서 계약을 맺고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은 이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똑같이 집을 샀는데 우리는 왜 혜택을 못 보느냐”는 이야기다.

왜 계약 체결일이 기준이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공인중개사법상 부동산 거래 계약을 맺는 순간 중개 서비스가 종료(완성)되기 때문이다. 의뢰자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서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중개인의 법적 업무를 마쳤다는 의미다. 잔금을 치러야 중개 서비스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의 상식과 다르다.

계약 절차를 마친 중개인은 계약자에게 알선료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계약 체결 시 작성하는 중개 대상물 확인서에 중개 보수 금액을 적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예컨대 계약자가 단순 변심 등으로 잔금 지급 전에 계약을 파기하면 중개인은 약속한 보수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이다.



중개인이 잔금 지급이나 입주 때까지 계약자를 돕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사후 서비스다. 계약자가 잔금 지급 시 중개 보수를 내는 것도 법이 지급 시기를 그때까지 미룰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일 뿐, 중개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 만약 반값 중개 보수 적용 시점을 잔금 지급 시기로 정한다면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중개인이 일 다 해놓고 약속한 수당 받을 일만 남은 상황에서 인건비를 깎아줘야 한다.

그렇다면 앞서 취득세 감면 혜택은 왜 잔금 지급일을 기준으로 삼았던 걸까? 이는 세법상 취득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의 과세 기준일이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이기 때문이다. 잔금까지 내야 비로소 소유권 등 실질적인 권리가 넘어갔다고 본다는 의미다.

다만 잔금 지급 전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먼저 했다면 취득·양도일은 등기일이 기준이 된다. 또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이 아닌 다른 날에 잔금을 치렀다면 실제 잔금 지급일을 취득·양도일로 간주한다.

이 기준에 따라 세금을 덜 내거나 더 내는 웃지 못할 일도 자주 발생한다. 이를테면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매년 6월 1일 현재 부동산을 가진 소유자에게 부과한다. 주택 매매 계약을 4월 말에 맺고 6월 1일 이전에 잔금을 치렀다면 집 산 사람이 1년 치 재산세를 몽땅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양도세 역시 부동산 보유 기간이 한 해를 채우느냐 못 채우느냐에 따라 세금 공제(장기보유 특별공제) 폭이 달라질 수 있다.

과거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등을 사는 사람에게 양도세를 대폭 깎아주는 ‘떨이 판매 대책’을 내놓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양도세 면제 혜택 기준일은 대개 잔금 지급이 아닌 ‘매매 계약일’이었다. 정해진 기간 안에 매매 계약을 맺으면 취득일로부터 일정 기간은 집값 차익이 발생해도 세금을 깎아주기로 한 것이다. 이는 세금 감면 시점을 잔금 지급일로 할 경우 의도치 않게 정책 혜택을 보는 무임승차자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조세 당국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정부 대책 발표 전에 부동산 거래 계약을 맺고 잔금은 아직 내지 않은 사람이 뜻밖의 횡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