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4.06.30 07:00:01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시공자 선정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의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시공자 선정 시점을 변경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서울의 뉴타운·재개발 및 재건축 조합이 건설사와 공사 계약을 맺으려면 반드시 관할 구청의 ‘사업시행인가’를 먼저 받아야만 한다. 2010년 7월부터 서울에서 공공관리자 제도를 전면 시행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관련 조례에 못 박은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이 규정을 손 봐 시공자 선정 시기를 현행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한 단계 앞당길 계획이다. 통상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평균 1년 1개월(국토교통부 조사)이 걸린다. 조합으로선 그만큼 건설사 대여금을 사업비로 빨리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미 실무진 차원에서 구체적인 개선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변경하는 동시에 ‘턴키(Turn Key·설계와 시공을 한 곳에 몰아서 맡기는 일괄 수주계약)’ 입찰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시공자 선정 시기를 바꾸면 현재 시행 중인 ‘내역 입찰’ 방식의 변경이 불가피해서다. 내역 입찰이란 시공자 선정시 조합이 설계 도면과 공사 예정가격 등을 제시하고 건설사가 구체적인 단가와 공사비 총액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공사비를 책정한 구체적인 근거를 남겨 향후 설계 변경을 통한 무분별한 공사비 인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조합을 막 꾸린 단계에서 설계안을 내놓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니 건설사가 직접 설계까지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턴키 방식이 도입되면 공공이 관여한 정비사업에서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공공관리제가 정비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조합과 건설업계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이 제도를 전면 손 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주택·건설협회 간담회에서 “공공관리제는 지역 주민이 적용 여부를 (서울시처럼 의무로 규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현장의 조합 집행부와 건설협회 등에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주장이 많았다”며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공관리자 제도
구청장 등 공공관리자가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시공자 선정까지 재개발·재건축 사업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제도. 조합 집행부와 정비업체, 시공사 간 뒷돈이 오가는 음성적인 관행과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갈등을 차단하고 사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에서는 2009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 7월 16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시공자를 사업시행인가 이후 선정하도록 한 규정은 2010년 10월부터 서울에만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