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서울시창당대회…‘빠빠빠’모자에 안(철수)팬(클럽)까지

by정다슬 기자
2014.03.24 06:01:00

23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서울특별시당 창당대회가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측 새정치연합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새정치민주연합이 23일 서울특별시당 창당대회를 끝마치며 창당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서울시당 위원장으로는 오영식 민주당 의원, 이계안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이 선정됐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민생복리의 실천정치를 구현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뤄내 21세기 선진한국을 만드는데 진력할 것을 결의한다”고 다짐했다.

서울시당 창당대회가 열린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여성플라자. 입구부터 창당대회에 참여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입구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쓰인 파란색 안전모를 쓴 이들이 파란 자전거와 함께 서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유세활동을 도와주는 ‘이벤트 회사’의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날 건물 입구에는 여론조사 기관 등 선거와 관련된 기업들이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섰다.

선거의 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북적이는 로비 한쪽에는 ‘안(철수)팬(클럽)’이라는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있었다. 이 현수막 앞에서는 오는 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이들이 번갈아가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고리로 통합에 성공하면서 ‘기호 2번’을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쪽 후보라는 것을 나타낼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 됐기 때문이다.

대방동 여성플라자는 지난달 11일 안 의원이 ‘새로운 정치를 위한 국민과의 대화’를 열며 ‘삶의 경제’라는 새정치연합의 비전 을 제시한 곳이기도 하다. 한 달여 만에 통합신당이라는 새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선 안 의원은 그 당시 밝혔던 ‘삶의 경제’라는 단어를 쓰며 통합신당이 새정치연합의 계보를 있고 있음을 나타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당시 국민에게 약속했던 공약들을 파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마치 분양 때는 궁전처럼 광고하다가 입주하면 물새고 부서지는 부실 아파트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새정치는 이처럼 심화되는 경제·사회의 모순 속에서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 ‘삶의 경제’를 일으켜 세우라는 국민의 열망이다”고 강조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통합신당의 출범이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출발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당원의 통합을 당부했다. 그는 “새 정치는 시대와 국민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성스러운 소명이다. 서로 의지하고 신뢰하면서 손잡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시작으로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 다 함께 전진하자”며 “이제 하나로 뭉친 힘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엇보다 시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통합신당이 가야할 길을 ‘파랑새’로 표현하며 “시민들의 목소리, 시민들의 생각, 시민들이 상식에 파랑새가 있다”고 말했다.

흥겨운 잔치만은 아니었다. 허동준 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이계안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이 서울시당위원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이 위원장은 2004년 전략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된 후 3번의 탈당선언을 한 인사”라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이 위원장은 “허 위원장이 말씀하시는 것에 공감한다”며 “민주당 당원들께 여러 가지 부덕의 소치로 소동을 일으키고 마음의 상처를 드린 것이 있다며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허 위원장의 반발에는 매번 당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고배를 마신 ‘아픈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허 위원은 2000년부터 동작을을 지켜왔지만 17대 총선에서는 이 위원장에게, 18대 총선에서는 정동영 상임고문에게 야당 후보 자격을 내줬다. 19대 총선 당시에는 동작을 지역이 ‘경합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이 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비단 허 위원장과 이 위원장 사이에서만 일어날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통합신당 창당을 합의하면서 ‘5대5’ 정신을 구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5대5’가 곧 지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향후 당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지역위원장을 어느 쪽이 맡는냐를 두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이대로 가면 전멸할 수밖에 없다”는 현장의 비명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기초선거 무공천에 따른 기초단위의 혼선도 이미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미 ‘기초선거 무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오영식 서울시당공동위원장도 “무공천 방침에 따른 지역일선에서의 혼선과 고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는 것 잘 안다”며 “당이 책임지고 대응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심을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