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애플 제품 美수입금지` 끝내 막았다
by이정훈 기자
2013.08.04 04:49:25
USTR, 5일 수입금지 앞두고 불승인 방침 밝혀
ITC 권고거부, 25년만에 처음..`아이폰4`등 계속판매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삼성전자(005930)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애플 일부 제품 수입을 금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조립 생산되는 애플 ‘아이폰3GS’와 ‘아이폰4’, ‘아이패드 3G’와 ‘아이패드2 3G’ 등은 앞으로도 계속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가 독립적 준사법기구인 ITC 권고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난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직시절 삼성전자의 컴퓨터 메모리칩 관련 소송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무려 26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자유무역 정책을 주장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업 혁신, 아이디어 창출을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 등을 주장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간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현지시간) 4페이지 짜리 판결문에서 “ITC가 애플의 구형 모델 제품들이 삼성의 3세대(3G) 통신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수입금지를 결정한데 대해 이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로먼 대표는 판결문에서 “기업들이 특정 산업에서 기본적이고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경쟁사들이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정책적 고려를 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는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애플이 그동안 삼성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주장해온 ‘프랜드(FRAND) 규정’을 미국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이라는 영어의 첫 글자를 딴 프랜드는 특허기술 독점방지를 위해 유럽통신표준연구소(ETSI)에서 내놓은 규정이다. 즉, 표준특허 보유자가 무리한 요구로 다른 업체의 제품 생산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프로먼 대표도 이번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낀 듯 “이번 결정은 ITC 판결이나 분석에 대해 동의하거나 비판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또한 특허 보유권자가 구제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법원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ITC는 지난 6월초 애플의 일부 제품들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결하며 이들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정한 뒤 이를 백악관에 권고한 바 있다.
한편 ITC는 오는 9일 삼성전자가 애플이 보유한 특허 4건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최종 판결을 발표한다. ITC가 단 한 건이라도 침해했다고 판결할 경우 삼성 ‘갤럭시S’와 ‘S2’, ‘넥서스’, ‘갤럭시탭’은 미국으로 수입이 금지된다.